환자가 처음 내원하여 상담을 시작하면 필자는 늘 첫마디로 “무슨 일로 내원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환자에게 내원한 이유를 직접 묻는다. 이런 직접적인 질문에 많은 환자들이 “부정교합을 개선하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한다. 마치 모범답안을 이야기 하듯이 대답한다.
이 때 필자는 다시 한 번 더 “정교합이 아닌 상태를 부정교합이라고 합니다. 이는 마치 시험에서 100점인 정교합과 100점이 아닌 모든 점수를 부정교합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답변 말고 무엇을 개선하고 또 고치고 싶으신 것인지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 두 번째 질문에 다수가 “교정치료 받으러 왔습니다”라고 답한다. 필자는 다시 “필자는 교정의사여서 교정치료 밖에는 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저를 만난 것은 교정치료를 위한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택시를 타고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질문에 ‘운전해!’라고 답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택시의 목적지를 질문합니다. 교정치료는 수단입니다. 수단을 통하여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3번째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질문을 3번 받은 환자들은 보통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문을 닫는 반응을 보인다. 이 같은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부정교합이라는 대단한 질환에 이환되었으며 그것을 교정치료를 통하여 개선하면 자신이 평소에 원했던 대단한 2차 이득을 얻을 것이란 ‘환자만의 소설’을 완성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정교합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교정치료를 받으려는 이유를 큰 사건으로 보지 않는 교정의사를 만나면서 기존 생각에 혼란이 생겨 답변을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환자는 상담 시간이 지루하게 길어진다. 치료목적과 이유를 환자와 정확하게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주소와 치료목적이 일치해야 치료 후 불만이 적다. 상담 중에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교정치료의 이유를 심미보다는 기능적 이유를 토로한다.
하지만 필자는 기능적 이유보다는 심미적 목적으로 접근을 한다. 환자에게 확실하게 개런티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심미이기 때문이다. 기능은 환자에 따라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객관화를 시키기가 어렵고, 환자는 통상 느낌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치료가 종결된 후에 분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전에 확실한 개런티를 늘리고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초진상담에서 “이를 가지런하게 하고 싶어요”, “덧니를 개선하고 싶어요”, “주걱턱을 개선하고 싶어요” 등으로 구체적 목적을 지닌 환자는 만족도가 높고 불만이 거의 없다. 반면 “부정교합을 개선해주세요”와 같이 애매한 목적은 엄밀하게 따지면 애당초 이룰 수 없는 목적이다. 치과 치료가 주어진 상태에서 최대한 개선된 교합을 만드는 노력인 것을 환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치료의 한계와 유연성을 인정 못하는 환자라면 치료 후 불만족은 당연하다.
필자는 치료 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처음 상담시간에 끌어들여 분쟁을 미리 유발시켜본다. 더불어 최종적으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치아를 가지런하게 하는 것과 지금 상태에서 가능한 양호한 교합을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코 정교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명확히 구분을 지음으로써 막연한 기대를 포기시킨다.
간혹 “교정치료하면 예뻐지나요?”,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질문에는 조금은 냉정하지만 “예쁘다는 것은 문학적인 표현이고 의료는 과학이라서 지금 상태가 표준보다 치아가 몇 ㎜ 정도 나와 있어서 몇 ㎜ 정도 들어갈 것이라고 밖에는 답변이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분쟁은 막연한 기대와 애매모호한 답변에서 시작될 수 있다. 분쟁 최소화는 확실한 개런티와 막연한 기대의 최소화에서 시작된다. 요즘 환자 기대치는 점점 상승하는 반면 의료진에 대한 믿음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진료 시작 전에 환자 주소를 해결하는 확실한 한방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