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치과 관련 신문 기사가 눈길을 잡는다. ‘73년에서부터 93년간의 치과대학 졸업자 중 작고회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50.2세로 나타났으며, 이 중 혈액암 사망은 유의미하게 다수 포착되었다.’ 2016년 연세대 자료에 의하면 의사 평균수명 61.7세로 일반인보다 낮으며 남자의사 사망 원인은 뇌졸중, 간암, 위암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자료에 의하면 치과의사 사망자 1,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사망자 평균연령은 65.2세였다.
모 신문 기사는 50대에 사망한 치과의사의 1인칭 독백 형태로 만약에 살았다면 하였을 일을 적은 글로 공감을 주었다. “△평생 볼 환자는 정해져 있으니 절대적인 환자 수에 욕심 내지 않고 자신 있고 스트레스가 적은 진료를 주로 했을 것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해 왔던 야간진료 대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진료실의 미세먼지, 분진 등 위해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가졌던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봉사를 했을 것입니다. △자연과 가족을 벗 삼아 많은 여행을 다니며 더 넓은 세상을 보았을 겁니다.”
비록 이 글이 공감을 주지만 현실적으로 몇 명의 치과의사가 실천해 옮길 수 있을까? 이것을 실천할 때 제일 큰 걸림돌은 경제적인 면이다. 수입이 급감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저축을 하였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많은 이는 예외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반 치과의사들로서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삶의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내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첫 번째 걸림돌이 가족이다. 배우자와 자식들도 생활의 형태가 바뀌어야 하는데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 그것을 이해하고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어찌하여 배우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산을 넘어도 다시 자식들을 이해시키는 바다가 남아 있다. 그러나 바다를 건너고 나면 다시 자신과 만난다. 여유시간에 돈을 사용하지 않고 TV를 떠나서 즐길 수 있는 취미나 혹은 해야 할 사명 같은 봉사나 종교생활이 없다면 자신과의 만남은 축복이 아니라 조기명퇴자들이 겪는 것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세미 리타이어를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여야 한다. 우선 줄어드는 수입에 견딜 수 있는 저축이나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활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가족의 전체적인 지출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신과 배우자가 각자 여유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 봉사, 종교 등등 꺼리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런 준비가 모두 끝나야만 세미 리타이어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로망이 그렇듯이 현실은 다르다. 통상 경제규모를 줄이기 시작해야 할 때가 가장 지출이 많을 시기이고, 가족들도 가장 활발할 때이다. 로망이 로망으로 남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다른 소중한 무엇인가를 포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의지가 강하거나 신념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면한 것을 취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로망을 현실로 만들지 못한다.
어제 일반인을 위한 인문학 강연 뒤에 “요즘 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통상 1억원을 모으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10억원 모으기 힘들고, 그 다음이 30억원입니다. 그 후에 100억원이 힘들고 그 다음은 300억원이고 그 후가 1,000억원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화두가 있습니다. 어디서 만족할까와 멈출까 입니다. 욕심에 만족은 없기 때문에 계속 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 있습니다. 단, 멈춤에는 지속해오던 관성을 막아야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자전거처럼 쓰러지는 것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감당하고 나면, 혜민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였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늘 옳고 그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