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 특성상 진료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예약제로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가 많다. 예약한 환자가 연락 없이 안 나타나는 경우엔 쉬는 시간이 된다. 임플란트 수술의 경우 1시간 이상을 체어타임으로 잡는데 예약부도가 발생하면 강제로 쉬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예고 없이 등장해서 진료를 해달라는 환자의 성화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런 환자들은 자신의 바쁜 일상에만 관심 있고, 치과가 받는 피해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체 한다. 고가의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에 치과 경영상의 이유로 이런 갑질(?)에 시원하게 항의하지도 못한다.
No Show로 인한 치과의 피해가 많아 대책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묘책은 없다. 방지를 위해 대국민 홍보라도 해달라는 요청이 얼마 전 서울시치과의사회 제67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했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 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취소한다는 연락조차 없을 때가 있다.
No Show에 대한 고민은 서비스업종 모두에 해당되겠지만, 특히 식당이나 숙박업 등은 피해가 크다. 어느 횟집은 단골고객이 100인분의 식사를 시켜놓고 나타나지 않아서 전화했더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되레 큰소리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심지어는 400명분의 식사 예약을 했다가 준비가 다 끝난 시점에서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No Show로 발생하는 서비스 부문의 매출 손실이 매년 4조5,0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No Show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공정위는 식당예약을 1시간 전까지 취소해야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예고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치과의 경우 No Show에 대한 특별한 법안마련이나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예약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항공사는 예약부도율을 예상해서 실제 탑승 정원보다 약간 더 예약을 받는다(오버부킹). 물론 예약자 전원이 탑승하면 문제가 생기는 만큼 이에 대한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치과에서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환자에 대해서는 오버부킹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No Show 알리기’ 및 ‘No Show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고 성숙한 예약문화 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약은 약속’이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별 다른 대책이 없는 치과에서는 친절함으로 접근하는 것이 최선의 자구책이다. 외식 업계에서 ‘못 올 때 전화주세요’ 대신 ‘못 올 때 전화 주실 거죠?’라고 물었더니 No Show 손님이 확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같이 친절하면서도 보다 직접적인 말 한마디가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손님들은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알리는 것도 잊기 십상이기 때문에 예약 전날 문자를 보내거나 예약확인 전화를 직접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약은 약속’이라는 말이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인식돼 상대방을 배려하는 바른 예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성숙한 선진문화가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