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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풍경소리에 차 한 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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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78)

어제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밤이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동차 운전 중에 누군가 차 유리창에 달걀을 던지면 그냥 지나가라는 내용이었다. 닦으려고 와이퍼를 움직이거나 워셔액을 품으면 단백질이 더욱 달라붙어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운전이 어려워져 차에서 내리면 그때 괴한들이 달려든다는 내용이었다. 으슥한 곳에서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던 방법이 이젠 달걀 던지기로 진화된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다. 한 모임에서 외제차를 타고 온 제자에게 절대로 남들이 보는데서 아이들을 태우지 말고 주차장에서는 늘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던 노파심이 살아났다. 익산 여약사 주차장 납치 살인사건 이후로 필자에게 생긴 트라우마가 노파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얼마 전 외국 출신 의사 모임에서 수의사를 하다가 치과의사로 전향하신 분을 뵈었다. 필자는 농담으로 “사람은 말이 많은 반면 동물은 말을 못하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직업 우선 순위가 ‘장의사>수의사>치과의사’라고 생각하는데, 왜 수의사에서 치과의사로 전직하셨는지요?”라고 물었다.


필자의 농담에 선생님의 답변은 놀라움이었다. ‘법적으로 동물은 사람이 아니고 물건으로 취급을 한다. 따라서 수술 등으로 맡아 놓은 반려견은 의탁 물건에 따른 법을 따라야한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자체 처분은 불가하고 법원에 신고하고 법적으로 처분 판결을 받던가 아니면 보관료를 근거로 경매를 통하여 소유권을 인정받고 처분해야만 한다. 그런데 한두 건이 아닌데 매번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한번은 주인이 동물을 맡기고는 연락을 끊고 사라져서 4~5개월 지나 동물보호단체에 인계시킨 일이 있었는데, 1년 뒤에 깡패를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보관료를 다 줄 테니 반려견을 내놓으라는 행패를 당한 뒤로 동물병원을 접고 이민을 떠났다가 치과의사로 전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람은 찾아가기라도 하니 그래도 치과의사가 수의사보다 낫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으며 씁쓸했던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모든 직업이 그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인들이 알 수 없는 각각의 애환이 있다. 기술적으로 숙달되면 ‘전문가’라고 하고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수많은 경험을 통하고 나면 그때는 ‘권위자’라고 한다. 기술적 숙련을 통해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지 않으나, 오랜세월을 통해 수 많은 경험을 감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위 사건처럼 법을 악용한 고의성을 지닌 블랙컨슈머를 만나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달걀 투척 이야기가 사실인지 유언비어인지 기사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위를 알 수 없지만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위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키울 때 좋은 차를 타지 말고 아이들에게 좋은 옷 입히지 말라고 가르치시던 어머니 말씀은 검소한 생활의 실천이 아닌 범죄 예방이었다. 아마도 70년대 두 번이나 유괴되었던 부산 여아 유괴사건이 마음 속 깊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세뇌교육이 필자로 하여금 제자에게 아이들 기를 때는 좋은 차를 타지 말라는 말로 전달되었다. 어찌 보면 삶의 지혜일수도 있으나 달리 보면 슬픈 현실이다. 이젠 자동차에 오물이 묻어도 안전한 곳에 갈 때까지는 차에서 내리면 안 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범죄의 양상도 변한다. 70년대에는 유괴를 통한 생계형 한탕주의가 득세하였다. 고도성장기인 80년대에는 인신매매가 득세하였다. 지금은 생계형보다 지능형 범죄나 분노조절장애형 범죄가 많다. 과거 범인들은 한탕으로 팔자를 고치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지녔다면, 지금은 유흥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아파트 벽 청소부 밧줄 절단사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다. 지금은 필자가 어머니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범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노인의 경험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은 산사에서 풍경소리 들으며 마시는 차 한 잔이 자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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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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