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전쟁’이라는 소설이 치과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으로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울화가 치미는데도 치협 관계자들은 고요하기만 하다. 물론 과거처럼 일일이 대응하다가 온갖 소송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조용함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고 시작했을 법하니 무대응이 상책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저자인 유디치과 고광욱 원장이 KBS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소설 ‘임플란트 전쟁’이 사실에 근거했다고 말하면서 대다수 치과의사의 사기를 저하시킨 것은 물론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내부적인 논의와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치협이 오랜 침묵을 깨고 유디치과 고광욱 원장의 라디오 인터뷰에 대해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주 금요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치협 임원이 나가 반론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사전에 충분한 법률적 검토로 노이즈 마케팅이나 유디치과의 광고홍보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치협의 이미지와 품위를 지키고 대다수 선량한 치과의사의 입장을 대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현대는 홍보의 시대다. 일부 대형 치과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조그마한 봉사도 크게 부풀리는 방식의 대국민 홍보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미화하려 한다. 치협도 시도지부를 비롯한 여러 치과계 단체가 국민구강건강 향상과 복지사회 만들기에 앞장서 협력하고 있고,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성경 말씀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지만 지금 현실은 다르다. 수없이 많은 치과의사의 봉사나 선행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홍보해야 하는 것은 치협의 의무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에게 치과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품격을 높이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 활동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화 활동을 통한 다양한 경험이 무미건조한 치과의사의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서로 단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활동들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뭉칠 힘을 주고 동료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덴탈씨어터의 열정적인 연극무대가 그랬고 연합밴드의 공연이 한마음으로 통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문화계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국민에게 홍보하는 것도 치협의 몫이다.
물론 구강보건전담부서 부활, 자율징계권 쟁취, APDC의 성공적 개최 등은 치협이 가장 우선 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동시에 치과계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품위를 높이는 쪽으로도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이것은 유디와 소송을 벌이는 것보다 더 고차원의 전쟁이다. 그 소송비용으로 치과계의 여러 행사를 지원하는 게 더 좋다. 국민의 생각들은 여전히 반(反)의료계, 즉 반(反)치과의사 정서가 지배적이다. 오랜 세월 주위를 살피지 않고 치과계라는 견고한 성을 쌓고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살아온 것에 대한 반감일 것이다. 이제는 그 벽을 허물고 겸허한 자세로 주위와 어울리고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료의식이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항해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장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규율을 지키고 법보다는 도덕적·윤리적 규범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동료의식이 필요하다. 마녀사냥이 아닌 공평한 잣대로 징계를 주고 또 그것에 기꺼이 승복하고 달게 받아야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실추된 치과의사의 이미지가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하게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홍보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품위가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