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을 맞이하며 모두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동양학에서 기해(己亥)란 천간인 己와 지지의 亥가 만난 것으로 己는 오행으로 토에 해당하고 亥는 水이다. 지난 2018년 무술년의 戊가 양의 토로서 정신적으로 ‘지성’을 의미하였다면 己는 음의 토로서 현실적 체험을 의미하여 ‘지나온 세월 동안에 해온 일들이 결과로 나타나는 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己는 물기를 머금고 있는 옥토의 논을 의미한다. 씨앗을 받아들여 키우는 대지의 역할을 한다.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한마디로 2019년을 정의하면 지나온 세월 동안 준비한 것이 있었다면 결과가 나타나고 빛을 보는 때이고, 반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준비한 것이나 기획한 것이 기해(己亥)년에도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이었거나 허황된 길이었으니 계획 자체를 전부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지의 亥는 돼지를 의미하지만 방위로는 북방이고 계절로는 겨울의 시작이다. 12간지의 동물로 돼지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의미에서는 계절인 겨울이 더 의미가 있다. 겨울이란 1년간 수고한 결과물을 가을에 수확하고 그것을 가지고 겨울에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는 것을 의미한다. 수고를 많이 하여 수확물이 많았다면 ‘누린다’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지만 적당하였다면 ‘견딘다’고 표현할 것이다. 반면 준비된 것이 부족하였다면 ‘힘들다’고 말하는 시절이 겨울이다.
기해(己亥)는 이상이 아닌 현실을 말하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본인 발 앞에 떨어진 성냥불을 끄는 작업이라도 해야 하는 해라는 의미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면 앞서나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이고 지나온 전통을 고수하고 유지하면 전통의 계승자이다. 그 중간에 머물고 있는 자들에게 양자 중에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己亥이다. 이런 기해년을 맞이하여 모두가 지나온 노력에 결과를 누리거나 아니면 새롭게 시작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전통의 이수자가 되어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해의 바뀜은 시간의 흐름이며 시간의 흐름은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 씨앗이 토지를 만나 봄이 되면 싹을 피우고, 여름에 성장과 성숙이라는 노력을 하고, 가을에는 과실과 곡식이라는 결실을 얻으며, 겨울에는 가을에 얻은 씨앗을 보호하고 보존하여 새로 맞이할 봄을 준비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한편에서는 올해를 ‘황금돼지해’라고도 한다. 황금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부의 상징으로 의미되지만 황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돈을 의미하는 경제적 가치와 가공을 하는 기능적 가치이다. 특히 치과의사는 금의 기능적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올해의 황금은 경제가치의 황금이 아닌 기능가치의 황금이다. 올해의 황금돼지는 장롱 속에서 나와 기공소의 불길을 통하여 브릿지를 만들거나 스마트폰의 어느 한 부품으로 변하게 된다. 어찌 생각하면 수고스럽고 번잡한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발전적이고 매우 긍정적인 가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기해년은 장롱 속의 황금돼지에게 편한 날을 아닐 것이지만 바깥세상을 동경하고 장롱 속에서 나오고 싶어 했던 황금돼지라면 매우 즐거운 해일 것이다. 독자선생님들은 어떤 황금돼지가 되기를 바라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필자도 이제 2019년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생각을 정리하고 한 해에 할 일을 마음에 정하여본다. 늘 새해를 맞이하지만 매해가 같지 않듯이 매해를 맞이하는 마음도 늘 같지 않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생긴 지혜가 하나 있다면 자연에 역행하지 않고 순리대로 사는 것이다. 얼마 전 유행한 ‘도깨비’라는 드라마에 나온 ‘비오는 날은 비가 와서, 눈오는 날인 눈이 와서, 날이 좋은 날은 날이 좋아서’라는 대사가 멋지게 생각나는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