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정신과 의사 사망 사건을 접하며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06)

새해가 덕담으로 시작하여야 하건만 그리 녹록지 않다. 서울 모대학병원 정신과의사의 사망사건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상담 진료하던 환자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1년 전에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예약 없이 내원하였으며 진료 시간 이후에 온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환자는 이미 살해할 의도를 지니고 내원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의도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25세 남성 초진 환자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종이에 질문을 깨알같이 적어왔다. 잇몸이 나쁜데 자신의 치아가 언제쯤 빠질까? 등등 환자의 질문에 1/3은 답변하지 못하고‘예측 불가합니다’, ‘신의 영역으로 현대의학으로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등으로 답변하는 필자에게 환자는 짜증을 내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에 필자는 ‘미안합니다. 치아교정으로 치근이 짧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서 얼마나 어떻게 짧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그 환자는 질문마다 모른다고 답하는 필자를 책임회피나 하는 나쁜 의사 정도로 취급하고는 돌아갔다.

필자의 의도와 달리 환자는 강한 불만을 지녔다. 과연 누가 이 환자와 상담해 불만 없이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치과의사의 답변으로 그 환자가 불만 없이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결론에 도달하며 정신과의사 사망사건이 떠올랐다. 이미 환자는 내원하기 전에 수많은 자신만의 답을 정하고 왔고 자신의 답과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럼 정해진 방향과 다른 결과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질문에 답을 하여서는 타임트랩처럼 몇 번을 하여도 같은 결과가 초래된다. 해결점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과연 환자가 그런 질문들을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를 알면 환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직도 필자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정신과 의사가 사고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를 생각하니 몇 가지 주목할 것이 보였다. 평소와 다른 것들이다.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대학병원에서 예약 없이 온 환자를 경솔하게 다루지 않았나하는 부분이 있다. 다음은 진료시간이 지난 후에도 진료를 행한 것이고, 셋째는 마지막 환자였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사항의 공통점은 의료진이나 병원 시스템이 가장 느슨해지는 시점인 때라는 것이다. 예약제 우선으로 돌아가니 예약하지 않은 환자는 마냥 기다리면서 불만이 최고조로 다다를 수 있다. 진료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병원 시스템이 멈춰진 시점이고 다른 스텝들도 이미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 번째로 마지막 환자였다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약하지 않아서 밀렸을 가능성과 처음부터 끝날 시간에 맞춰 내원했을 가능성이다. 전자였다면 환자가 화가 날 여건들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였다면 애초에 작정을 하고 왔을 가능성이 높다. 내용이 어떤 것이든 필자가 늘 강조하듯이 마지막 환자를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의료인들은 하루 진료가 끝날 때, 마지막 환자를 진료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하루의 피로가 가장 심하여 집중력이 최악으로 떨어질 때이다. 또 진료 이후에 약속이나 일정이 있을 경우에 생각이 분산되고 본의 아니게 무의식적으로 진료를 서두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마지막 환자의 진료에는 집중력을 요하는 환자는 예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부러 항상 마지막 시간에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결국 우리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는 시작점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평소와 다른 그 무엇인가가 발생했을 때이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징조라고 한다. 의료에서는 전구증상이라는 표현을 한다. 무엇인가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소와 다른 징조가 나타난다. 징조를 조기에 파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경험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느낌을 믿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느낌은 본능적으로 먼저 알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