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무인기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작 즈음에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13)

아침 창밖을 보니 회색 도시다. 최악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고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10년 전이라면 생소한 단어들이다. 그때는 최악의 황사가 전부였고 그것도 며칠이면 해결되었다. 요즘 생소한 것이 어디 이것뿐일까. 지난 일요일 3~4개월 만에 영화관을 찾고는 당황하였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갔으나 벽에 있는 티켓 출력기가 사라졌다. 팝콘을 주문받는 점원도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벽에는 출력기가 없었다. 홀 중간중간에 작은 태블릿 PC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웃거려 보니 종이 출력 대신에 개개인 스마트폰 카톡으로 티켓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팝콘 주문도 점원에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주문한 번호도 카톡으로 받아서 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받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티켓을 받는 것은 그런대로 할 만했지만 팝콘과 콜라 주문은 생소함을 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받는 점원 없이 무인주문기 앞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95년 일본 라멘집에서 처음 무인주문기를 접할 땐 신기하고 재미있는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일상이 되었다. 마트나 병원 주차요금이 무인화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요즘 웬만한 소규모 음식점과 커피숍도 무인주문기로 바뀌는 추세다. 젊은 세대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주문하기 때문에 좋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사람에 익숙한 필자는 우선 기계를 만나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전화에서 나오는 앤서링 머신을 만날 때와 같은 심정이다. 

무인기로 바뀌는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토록 빠르게 바뀌는 이유는 또 있을 것이다. 우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와 인건비 지출이 많은 경우다. 아마도 지금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조금 더 의심되는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다. 역사적으로 산업 혁명기에 급격한 직업 변동이 있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단순 육체노동에 기계가 도입된 1차 산업혁명,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의한 대량 생산이 시작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에 의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3차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변할 때마다 직업 형태가 바뀌었다. 이미 지금 시대는 AI(인공지능)라고 명명된 4차 혁명을 예감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 불가하다. 직업 형태가 다양하게 변하면서 사라지는 직업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 사회도 4차 산업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급격히 시행한 최저인금 인상 등 정책 시행이 더 빠르게 노동력 고용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책을 시행한 자들도 놀랄 정도의 변화이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정책 입안자들은 피고용인이 고용된 상태에서 수입증가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자들 생각이 다름을 간과하였다. 기계화를 도입하는 비용과 상승된 임금 지출 간의 차이를 비교하였을 것이다. 그 비교에서 조금이라도 지출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개의 선택 중에 둘 다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마지막에는 사업을 접어버리는 선택도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자신들이 고용자가 되어본 적이 없는 탓인지 고용자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 듯하다. 결국 그 결과로 지금 무인기가 급속하게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과 달리 일자리는 더 빠르게 축소되어가고 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밥을 짓는 데에는 최소 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서두르면 선밥을 먹어야 한다. 어차피 변화될 일들이지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지 않은 정책자들로 인하여 다른 직업구조의 시간이 변하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어리석음인지 현명함인지는 모르지만 4차 산업구조로 빠르게 선진입하게 되었다. 향후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옳고 그름은 20년 뒤에 평가될 것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