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즐거운 치과생활

절개와 봉합, 만남 그리고 이별

URL복사

조인우 교수(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 조교수)

수술은 많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겠지만 그 중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과정을 꼽자면 필자는 단연 절개와 봉합을 든다. 절개는 수술의 첫 과정으로 온전한 조직을 분리시키는 과정이고 봉합은 수술의 모든 과정을 진행한 다음 분리된 조직을 다시 붙여주는 마지막 과정으로써 만남과 이별처럼 그 처음과 끝을 이루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흔히 생각할 때 절개 과정은 칼로 어묵 자르는 것처럼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상당한 내공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자칫 과도한 절개를 한다거나 망설임이 섞인 나머지 매끄럽지 못한 라인이 형성돼버리면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수술 중에 과도한 출혈로 인한 시야 방해로 수술 소요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반면에 사람의 첫인상이 중요하듯 첫 절개가 보기 좋게 그어지면 이후의 수술도 일사천리도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기에 훌륭한 외과의사(surgeon)들의 그것을 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을 엿볼 수 있다.

봉합은 또 어떠한가? 잘된 봉합은 치유를 도와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들어 낸다. 얼마 전 아내가 무릎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사진 1). 수술 과정이야 들어도 잘 모르겠지만 수술 후 우연히 보게 된 술부의 봉합을 대신한 수십 개의 철심은 무릎이 아닌 나의 가슴에 고스란히 박히고 말았다. 이렇듯 다른 수술 과정과는 다르게 봉합된 모습은 수술 직후 환자 및 보호자도 쉽게 볼 수 있는 수술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첫 번째 이야기(절개 디자인)
진료 일정의 절반 이상이 수술로 구성돼 있기에 하루에도 많은 수술을 하고 있는 필자의 절개 대원칙은 ‘마취하지 않은 것처럼’이다. 리도카인이라는 국소마취제의 발명은 환자의 통증과 그에 따른 술자의 스트레스를 많이 해결해줬다. 즉 환자는 마취 시의 따끔한 통증만 견뎌내면 이후에 이루어지는 수술 중 통증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환자의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술자만을 위한 절개를 그어서는 안된다. 수술 후 두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마취는 풀리게 될 것이고, 진통제를 복용한다 하더라도 과도한 절개로 인한 불필요한 통증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절개는 시야확보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눈 앞에 누워있는 환자가 마취주사를 맞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하고 절개에 임한다면 사족 없는 보다 좋은 절개선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사진 2).



2. 두 번째 이야기(봉합사의 선택)
연애에서도 그렇지만 봉합할 때도 소위 ‘밀당’을 잘 구현하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긴장감(tension)의 봉합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판되는 모든 봉합사가 제 구실을 다 하고 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너무 과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봉합사가 굵어지면 바늘의 굵기도 굵어지는데, 이 경우 바늘이 조직을 관통하면서 외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을 당겨서 봉합할 때도 있는데 봉합사가 두껍고 튼튼한 경우 자칫 밀당에 실패해 버리면 조직이 찢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필자는 다소 얇은 봉합사를 선호하는데 조직을 당겨서 봉합할 경우 조직이 찢어지기 전에 봉합사가 먼저 끊어지면서 조직 손상을 예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확대경이 필요할 만큼의 미세 재료를 사용할 수는 없다. 얇을수록 다루기도 어렵고 봉합사의 가격 또한 오르기 때문에 조직의 밀당과 술자의 취향을 고려해 적절한 두께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사진 3, 4).





3. 세 번째 이야기(봉합의 순서)
이성이 만나서 사랑을 할 때 흔히 진도라고 부르는 일반적 순서가 있다. 이것을 무시하면 그 끝이 좋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봉합에서도 권장되는 순서가 있다. 연애에서는 진도를 무시한 과감한 시도가 운 좋게 성공할 수도 있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운을 시험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치아와 인접한 조직이 첫번째이다. 연조직은 서로 같은 조직보다 매끄러운 경조직인 치아에 부착되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치아는 통각 이외에 시린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은이 퇴축되지 않도록 이 부분의 봉합을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는 방향 전환 부분이다. 처음과 이 부분의 봉합을 먼저 완성해 놓으면 조직이 울거나 벌어지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사람이든 연조직이든 울게 해서는 안된다. 세번째는 수평 절개의 정중앙 부분을 봉합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이후의 봉합 간격이 균일해져서 추가적인 봉합의 필요성도 줄고 보기에도 좋다. 마지막으로 원심부의 심미적으로 덜 중요한 수직 절개선을 봉합해 준다. 그래야 보다 나은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사진 6).

절개는 조직의 생이별이다. 많은 아픔이 따르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짧고 굵게 망설임 없이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위한 길이다. 반대로 봉합은 상처 받은 조직을 새로이 연결하는 과정이다. 모든 상처가 그러하듯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지만 배려 깊은 봉합은 치유를 도와 그 과정을 더 짧고 덜 아프게 해줄 수 있다. 이것이 절개와 봉합의 매력이며 연조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