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던 파리바게트가 리모델링을 하고 새롭게 오픈했다. 예전보다 물건을 놓는 좌대를 줄이고 매장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오랫동안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커피숍으로 갈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비싼 커피숍보다 상대적으로 빵과 음료를 해결하고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것으로 경쟁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두 번째는 앞으로 빵 소비형태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비다. 앞으로 빵도 오프라인에서 구입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해 아침에 배송 오는 채소와 같이 변할 것에 대한 대비다. 결국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변한 것이다.
이미 이런 변화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시작됐다. 예전 백화점들은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없었다. 고객의 턴을 빨리 하기 위해 쉴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또 식당가는 특색이 있기보다는 그냥 쉬면서 먹는 장소로 이용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유명한 맛집을 입점시키기 시작했다. 더불어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배정하고 심지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소비의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온라인에는 오프라인만의 판매 특성인 충동구매가 없다. 백화점 매출에서 충동구매는 매우 중요한 판매 전략이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여서는 충동구매에 의한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고객유치 방법을 선택했다. 온라인 구매 시대에 백화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고수해온 판매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빵집도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소비형태에 맞추어 변신하는 중이다.
구매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제품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만나고 오프라인을 통한 유통과정이 생략됐다. 유통과정에 기반을 둔 직업은 모두 급격히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 쟁쟁한 온라인 판매회사가 있고 새벽배송을 특화한 마켓컬리도 등장했다. 여기에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도 온라인 판매 리더로 가고 있고 요즘은 카카오도 진출하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을 통한 상품판매는 상품 이외에 문화와 정서 혹은 여유 시간이나 장소 등과 같은 다른 메리트를 제공해야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필자도 손닿는 가까운 곳에 줄자를 비치해 놓았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물건의 크기를 판단하기 위해 늘 사용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사용할 명찰, 명함, 가운, 글러브, 종이컵, 티슈, 핸드크림, 손세정제 등등 많은 물건들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전자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소파나 의자도 온라인 구매다. 요즘 주부들은 싱싱한 채소도 새벽배송을 받는다. 조만간 갓 구운 빵도 배송받을 것이다. 앞으로 고객들은 무의식중에 오프라인에서 이동할 때는 철저하게 가성비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미 요즘 젊은 세대들은 브랜드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브랜드란 의미가 없다. 그런 소비형태를 파악한 고가브랜드들이 미래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홈쇼핑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프라다가 진출했고 요즘 페레가모도 홈쇼핑에서 물건 판매를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될 10~20년 뒤의 소비 시장을 예측한 것이다. 아마도 명품에 대한 개념이 바뀐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의 영향을 받는 오프라인은 모두 변화가 올 것이다. 반대로 온라인의 영향을 적게 받는 오프라인은 별문제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 치과는 전형적인 오프라인이다. 온라인에 영향을 적게 받는 치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동네치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을 것이다. 온라인의 특성은 최저가만 살아남는다. 수공업의 특성과 반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