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아졌다. 먹는 것에 대한 검토를 하고 즐겨 마시던 믹스커피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식후에 한 잔, 그리고 일하는 도중에 힘들 때마다 쉬면서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적어도 하루에 5~6잔은 마신 듯하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중단했는데 식후에 늘 마시던 것을 끊으니 금단증상이 나타났다. 처음 나타난 증상은 불안증이다. 뭔지 모르지만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아메리카노 혹은 향이 강한 차로 대치해 봤지만 믹스커피의 단맛은 흉내 낼 수 없었다. 단맛에 길들여진 혀끝은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주어 단맛을 찾도록 유혹했다. 다음으로 짜증이 나타났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같은 단순한 그런 짜증이었다. 다음으로 우울감이 왔다. 매사에 의욕이 사라지고 무력감이 나타났다.
결국 무작정 참는 것보다 변화를 주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혀와 뇌에 믹스커피와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을 찾았다. 믹스커피는 커피의 깔끔함과 단맛을 지니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식후에 일단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단맛은 고구마로 대체했다. 아메리카노와 고구마라는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 효과를 나타냈다. 식후에 나타나던 믹스커피 생각이 줄어들었다. 일하는 도중에 생각나면 그때도 고구마와 우유를 먹었다. 일종에 고구마라테(?) 맛이다. 3주가 지나니 믹스커피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고구마를 먹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이젠 아메리카노만 마시거나 혹은 우유에 커피를 타서 마시는 것으로 대체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로 습관의 무서움을 알았다. 길들여진 뇌의 요구는 지속적 욕구와 갈망으로 나타나며 단순히 참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길들여진(중독된) 뇌가 지속적인 공급을 받기 위해 몸과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 금단현상이다. 뇌의 집요한 구속에서 탈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것은 여러 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이어트이다. 뇌는 늘 충분한 당분과 포만감을 요구한다. 익숙해진 요구량에 모자라면 뇌는 바로 마음을 공격을 한다. 불안, 짜증, 우울, 무력감을 유도한다. 뇌의 집요한 공격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뇌를 자극하지 않는 그 무엇이 반드시 필요하다. 뇌와 싸워서 이기는 것은 성인이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뇌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지닌 생존을 위한 방어기전이기 때문이다. 개인 의지로 수 억 년 동안 만들어진 뇌의 방어기전을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따라서 뇌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원하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위의 포만감을 원하면 칼로리가 적은 것을 배불리 먹어줘야 한다. 단것을 원하면 저인슐린 식품으로 대체해야 한다. 단백질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여 근육을 키우고, 그 근육으로 칼로리를 태워 없애야 한다. 이것이 뇌가 허락하는 방법이다. 헬스 코칭도 뇌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거슬리지 않는 방법이다. 식이조절 다이어트를 할 때 나타나는 불안, 짜증, 우울, 무기력 같은 심리적 변화와 싸워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하려면 뇌와 타협하거나 최소한 방어기전이 작동하지 않도록 속여야 한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자가 자신의 의지로 끊을 수 없듯이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뇌의 방어기전과 싸우면 지고 타협하면 성공하는 것뿐이다. 믹스커피를 끊으면서 나타난 금단현상으로 뇌의 자기방어기전을 체험했다. 의지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뇌 역시 다른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비축시켜서 비만으로 질환이 발생하지만 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장기가 마찬가지지만 뇌가 다른 것은 마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방어기전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의지는 없다’ 이것을 아는 것이 습관 행동 변화의 시작이다. 다이어트의 시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