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월 4일이 청명이다. 하늘이 맑아진다고 하여 ‘청명’이라 하였는데 요즘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그 이름이 무색하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황사가 있었다. 오늘은 그래도 다행히 이틀 전에 내린 비로 조금은 맑은 편이다.
청명은 한식과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난다. 한식은 식목일이기도 하다. 그럼 청명과 한식은 무엇이 다를까? 청명은 24절기 중 하나로 태양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 태양 횡경이 15도일 때이다. 반면 한식(寒食)은 동지를 기준으로 105일째 되는 날로 통상 양력 4월 5일 경이다.
청명은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한식은 지난해 사용해온 불씨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불씨를 집히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날은 밥을 하지 않아 찬밥을 먹는 날이다. 청명엔 봄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논 밭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품앗이로 하는 등 행동을 하는 의미를 지닌다. 조선시대 한식에는 임금이 불을 나누어주는 사화(賜火)를 하였다.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로운 불꽃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은 이 불을 문무백관에게 내리고 이것은 다시 각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렇듯 새롭게 시작하는 철학적 의미를 지녔다.
청명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이때면 대략 벚꽃이 핀다. 보통 개나리가 피고 30일이 지나면 벚꽃이 피었다. 그 사이에 진달래가 피었는데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같이 피고 같이 진다. 온난화로 꽃의 개화가 빨라지면서 아직 벌이 나오지 않아 꽃가루가 제때에 옮겨지지 못해 식물 생태계가 위험을 받고 벌도 곤란을 겪고 있다. 개화 시기 변화는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는 다양한 형태로 다른 생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청명 15일 전은 춘분이다. 춘분에는 나무에 물(水氣)이 아래서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싹이 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고 보름이 지난 청명에는 싹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15일 뒤에 오는 곡우에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담가야 하기 때문에 청명부터 그 이전 준비 작업을 모두 마치기 위해 시작해야 한다. 이제부터 보름 동안은 매우 바쁘게 농사준비를 서둘러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현대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는 수 천 년을 경험한 농경문화의 내력이 숨어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한다. 봄에 꽃이 피면 좋고, 벌을 보면 반갑고, 개구리 소리는 정겹다. 문학에서는 정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인류학에서는 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청명이 되면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거리를 찾기 시작하고 활동량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때면 일조량도 많이 늘고 해 지는 시각도 오후 7시 정도로 늘어난다. 이런 시기에 요즘은 코로나로 인하여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으니 답답할 가능성이 높다. 시절은 바뀌었는데 상황은 변함없이 제약을 주니 느슨해지거나 답답함에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느슨해지면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고 규정을 준수하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양면에 놓여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확진가가 급증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우리도 여전히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유지되고 있으니 개개인들이 느슨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적당히 운동하고 야외에서 꽃구경도 하고 필요하면 등산을 하기도하고 청명에 맞추어 어떤 형태로든 활동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겨울옷을 정리하고 세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겨울에 묵은 집 먼지도 털어내고 새롭게 단장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상들의 산소를 수리하고 돌보는 것도 좋다. 자동차를 세차하고 점검하는 것도 좋다. 한식의 의미처럼 오래된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새로 바꾸어야 할 것은 교체하는 것도 좋다. 봄이 한창이고 여름이 시작하기 직전에 묵은 것을 정리하고 새것으로 교체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이 청명의 의미이다. 청명에 묵은 것들을 정리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