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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혹시 당신,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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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지현 원장(미소의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해”

“아니야, 내가 보기엔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 같아”

 

정신과 진단에 사용되는 전문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흔하다. 기분이 오르내리는 상태를 말하는 ‘조울증’이라든지, 기억이 깜빡거리는 걸 표현하는 ‘치매’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처럼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상당히 ‘적확하게’ 쓰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남들(또는 본인)이 조울증 같다 해서 조울증인 사람은 흔치 않은 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실제 진단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정신과 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인 DSM-5(진단 및 통계 편람5)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없다. 그와 제일 가까운 진단명으로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꼽을 수 있다.

 

그럼,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을 살펴보자.

 

 

진단기준이 꽤 길어서 읽어 내려가는 동안 복잡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금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조직폭력 중에서도 비교적 아래 계단에 있는 분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욱해서 치고받고 싸운 뒤 경찰서에 드나드는 사람들 말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도 나와 있듯이, 어려서 착하고 말 잘 듣는 어린이였다가 느닷없이 비뚤어지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품행 장애는 학교와 사회에서 심각한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진단하는 기준인데, 대개 18세 이전에 품행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이 성인 이후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이어진다고 본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똑같지는 않지만, 일부분이 겹치는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사람들이 나타내는 문제 행동이 타고 난 것이냐, 아니면 양육과정 가운데 영향을 받은 것이냐 하는 것은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소위 ‘천성이냐 양육이냐(Nature vs Nurture)’의 구도인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로는 천성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양육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이라면 욱해서 다른 사람을 때릴 수는 있지만 들끓는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가진 사람들은 죄책감의 자리가 비어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렇게 하면 안 돼!” 또는 “응, 그래~ 그렇게 해야지!”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동생을 때리면 안 돼!”, “친구 장난감을 뺏으면 안 돼!” 같은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 무엇인지 배운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야지” 같은 반응을 보면서, 어떤 행동을 해야 인정받고 칭찬을 받을지 배운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이야기가 우리 바깥에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면화되는데 이것을 초자아라고 이해하면 쉽다.

 

반사회성 인격 등의 문제를 가진 사람은 초자아에 맹점이 있다고 본다. 양심이나 죄의식과 관련되는 초자아가 형성되는 단계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고 배우거나–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보는 것이 끔찍하고 싫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그렇게 때려도 되는 대상으로 보듯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 살면서 죄의식이 내재화되는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 그대로 ‘반-사회적’ 사람들이 살아남는 걸까? 이를 ‘무임승차 전략’이라는 명칭으로도 부르는데, 이런 전략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아 그런 경향성을 유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임진왜란 때 앞장서서 싸웠던 분들은 다들 돌아가시고, 숨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호혜평등의 법칙을 깨고 사회적 규칙을 최대한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반사회성 계열의 문제로 나타난다.

 

그러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움트 매거진 Mind Up 8호에 실린 전덕인 교수(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가 정리한 표가 잘 되어있어 인용한다.

 

 

 

많은 정신과 진단 척도가 그렇듯이, 이 척도 역시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 척도를 개발한 Robert D. Hare 박사조차도 이것만으로 사이코패스를 진단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진단 척도 말미에 붙어있는 단서, “자가진단이 아니며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검사”라고 하는 점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살펴보며 “헉, 말을 잘하고 매력적인 외양의 소유? 이건 완전 나인데? 그럼 나 사이코패스?”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짚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이코패스는 천성적인 측면, 즉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뇌의 이상으로 인한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한 뇌파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들은 깨어 있을 때도 각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가 많다고 한다.

 

살짝 잠이 덜 깬 상태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무료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웬만한 자극에 쉽게 놀라지 않는데, 그렇다 보니 더 센 자극을 찾아 돌아다니게 되고, 점점 더 위험한 행동을 일삼게 되는 것이 뇌파 연구를 통해 얻는 결론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기겁을 할 만한 유혈 낭자한 장면에서 도리어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면서 차분해지는 것이다. 이때 맛본 기분 좋은(?) 각성 상태를 다시 경험하고자 반복적인 범죄 등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미 유전자 단계에서 결정이 났으니 사이코패스인 사람들을 탓할 것도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 같지 않은가? 그렇지만 유전자 탓만 해서는 안 되는 법. 왜냐하면 유전자는 환경적 요인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현 교수(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는 “인간의 삶은 유전적 토양이란 텃밭에서 환경적 요인과 적절한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강력한 환경적 요인은 ‘희망’이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상호작용 속에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바, 의지와 희망, 그리고 노력이 있다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오늘 품어야 할 의지와 희망은 무엇인가? 또 내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

모두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그 대답이 향하는 방향은 건강한 하나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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