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독창과 표절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3)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때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잠시 머물다 가는 그릇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이 그릇에서 저 그릇으로 옮겨 다니며 점차 풍성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였다. 최근에 이와 유사한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뮤지션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유희열은 의혹에 대해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 발표 당시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영화 음악계 세계적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장문을 통해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 가미한다면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다. 저도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여러 곡을 가지고 있다. 제 경우 음악적 소양의 90%가 서양음악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현대 팝이나 록, 일본 전통음악의 영향도 몇%는 있을 것이다”고 했다. 표절에 대해 인색한 시대에 그의 답변은 같은 일을 하는 후배에 대한 사랑과 전문가적인 장인의 깊은 내공이 담겨있어 울림이 있었다.

 

이 두 거장의 말이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말이다. 사카모토는 5%의 독창성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했다. 수학은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꿀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이다. 필자도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고 인용을 할 때마다 인용과 표절의 선을 넘나든 것은 아닌지 혹은 유희열의 말처럼 무의식중에 타인의 생각을 옮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글을 쓰고 검토할 때도 행여나 어떤 식이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는지를 검토한다.

 

최근 표절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학위로 시작되어 미술계를 지나 음악계로 넘어왔다. 아직도 정치인 청문회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이슈가 됐다. 표절은 한자어로 검박할 剽(표)와 훔칠 竊(절)이 합쳐진 단어이다. 剽는 칼(刀)로 돈(票)을 강탈하는 것으로 강도의 의미다. 竊은 독 穴안의 米쌀을 쌀벌레가 갉아먹는 의미로 절도의 의미다. 결국 표절이란 강도와 절도가 합쳐진 의미다. 단어적 의미로 보면 의도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해야 하건만, 지금 표절 의미는 결과 기준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과거에 사회통념상 통용되던 것들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엄격해지며 혼란을 초래했다. 아마도 처음은 표절이 아니라 2005년 황우석의 논문조작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시작되어 표절까지 넘어온 듯하다. 2008년 교육부는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으로 ①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②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③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한 경우로 정했다. 연구윤리위의 기준은 ①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②타인의 저작물의 단어. 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③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④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다.

 

학자적 혹은 전문가적 양심에 맡기던 것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넘어오면서 창작이 생명인 예술가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되었다. 오늘 필자가 쓴 이 글에서 인용한 단어가 60%를 넘지만 표절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미 뉴스로 밝혀진 사실이고 인터뷰 내용이며 기록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단어의 절반을 넘는다. 음악으로 치면 악보 전체에서 60%가 다른 곡에서 가져온 것이다. 인용이 허락되지 않는 음악이라면 100% 표절이 된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다.

 

유희열의 사과도 사카마토의 답변도 모두 한 길을 가는 전문가의 모습이라서 옳고 그름을 떠나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공감과 응원을 보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