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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독창과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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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3)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때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잠시 머물다 가는 그릇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이 그릇에서 저 그릇으로 옮겨 다니며 점차 풍성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였다. 최근에 이와 유사한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뮤지션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유희열은 의혹에 대해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 발표 당시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영화 음악계 세계적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장문을 통해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 가미한다면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다. 저도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여러 곡을 가지고 있다. 제 경우 음악적 소양의 90%가 서양음악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현대 팝이나 록, 일본 전통음악의 영향도 몇%는 있을 것이다”고 했다. 표절에 대해 인색한 시대에 그의 답변은 같은 일을 하는 후배에 대한 사랑과 전문가적인 장인의 깊은 내공이 담겨있어 울림이 있었다.

 

이 두 거장의 말이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말이다. 사카모토는 5%의 독창성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했다. 수학은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꿀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이다. 필자도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고 인용을 할 때마다 인용과 표절의 선을 넘나든 것은 아닌지 혹은 유희열의 말처럼 무의식중에 타인의 생각을 옮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글을 쓰고 검토할 때도 행여나 어떤 식이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는지를 검토한다.

 

최근 표절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학위로 시작되어 미술계를 지나 음악계로 넘어왔다. 아직도 정치인 청문회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이슈가 됐다. 표절은 한자어로 검박할 剽(표)와 훔칠 竊(절)이 합쳐진 단어이다. 剽는 칼(刀)로 돈(票)을 강탈하는 것으로 강도의 의미다. 竊은 독 穴안의 米쌀을 쌀벌레가 갉아먹는 의미로 절도의 의미다. 결국 표절이란 강도와 절도가 합쳐진 의미다. 단어적 의미로 보면 의도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해야 하건만, 지금 표절 의미는 결과 기준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과거에 사회통념상 통용되던 것들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엄격해지며 혼란을 초래했다. 아마도 처음은 표절이 아니라 2005년 황우석의 논문조작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시작되어 표절까지 넘어온 듯하다. 2008년 교육부는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으로 ①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②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③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한 경우로 정했다. 연구윤리위의 기준은 ①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②타인의 저작물의 단어. 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③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④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다.

 

학자적 혹은 전문가적 양심에 맡기던 것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넘어오면서 창작이 생명인 예술가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되었다. 오늘 필자가 쓴 이 글에서 인용한 단어가 60%를 넘지만 표절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미 뉴스로 밝혀진 사실이고 인터뷰 내용이며 기록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단어의 절반을 넘는다. 음악으로 치면 악보 전체에서 60%가 다른 곡에서 가져온 것이다. 인용이 허락되지 않는 음악이라면 100% 표절이 된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다.

 

유희열의 사과도 사카마토의 답변도 모두 한 길을 가는 전문가의 모습이라서 옳고 그름을 떠나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공감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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