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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견제와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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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논설위원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 보면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맨날 싸우기만 하고 생산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아예 확 다 없애버리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차분히 생각해보면, 민주주의사회는 각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면서도 어느 한 사람 혹은 하나의 집단이 일방적으로 사회적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므로 시끄럽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이 모습이 실제로는 오히려 일방적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것보다 유익하고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역시 건강하게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유지와 구성원 간의 견제가 매우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반독점법이라는 법률을 통해 어느 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해 경쟁이 불가능해지면 회사를 강제분할하도록 명령하기까지 한다. 경쟁 혹은 견제는 어떤 사회든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삼권분립, 검찰의 독립성 역시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임을 잘 보여주는 예다.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한 독재국가들을 살펴보면 일부 지도층은 과도한 혜택과 권리를 부여받고, 일반 국민 대부분은 자유와 권리가 억눌린 사회임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은 건강보험급여의 기준, 보험료 등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위원회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맡고, 가입자대표(근로자단체, 시민단체 등) 8명, 의약계대표(의협, 치협, 병원협, 간호협, 한의사협, 약사회 등) 8명, 공익대표(복지부, 기재부국장 등 정부가 임명하는 위원) 8명 등 총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에서 급여진료비를 얼마나 인상해줄지 의논한다고 가정해보자. 가입자대표와 공익대표는 모두 ‘돈을 지불하는’ 입장이고, 의약계는 ‘돈을 받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진료비에 대해 정부와 의약계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면 결국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돈을 지불하는 쪽은 당연히 적게 주고 싶고, 돈을 받는 쪽은 더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25명 중 돈을 주는 쪽이 17명, 돈을 받는 쪽이 8명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용·양보하는 위원회라면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같은 숫자로 구성되는 것이 합리이지 않은가? 현재의 구조로는 무조건 돈을 적게 주는 쪽으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이사회 위원회들의 상당수가 위원회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에 의해 일방적인 성향의 의견을 내놓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위원회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기보다는 특정 세력의 의사를 관철하는 핑곗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대형종합병원에서 한밤중에 뇌출혈이 일어난 간호사가 적절한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좌파단체들은 의료인의 숫자를 늘리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듯하다. 주 52시간 이상 근로를 하게 되면 고용주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언제든 호출을 받으면 업무를 해야 하는’ 대기상태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다시 말해, 한밤중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바로 수술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바이탈과의 의사들은 대기시간에도 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하루 걸러 혹은 이틀 걸러 밤마다 당직을 서야 하는 직장을 선택하려 할까? 국회의원이나 복지부 장관이 언제든, 새벽에 전화로 민원을 넣는다면 바로 받아줄까? 한밤중에 발생한 응급환자의 뇌수술이 가능하게 하려면 당직을 포함한 주 52시간 근무가 바이탈과에서도 가능토록 진료비를 ‘대기시간을 진료시간으로’ 환산해 지급하고 52시간으로도 일주일 내내 전문의가 대기할 수 있을 만큼의 해당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전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자는 불가능하다.

 

특정 급여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의료인 각자는 생존을 위해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게 될 것이고, 교과서적인 진료나 환자를 우선시하는 진료가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적절한 수준의 급여진료비는 필수적인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급여진료비를 결정하는 시스템에 견제와 균형이 배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오랫동안 통제하는 것은 기형적 상태이며, 때론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건정심이 국민을 위해 더 건강한 모습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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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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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