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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드러난 금융위기 - 미국의 은행 뱅크런과 파산 과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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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원장의 자산배분 이야기 87

​은행의 뱅크런 & 파산 과정

이번에는 단 5일만에 미국의 은행이 3개나 파산하게 된 원인을 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금융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겠다.

 

 

은행의 뱅크런과 파산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유동성 감소 - 경기 침체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든다.

2) 예금 인출 증가 -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며, 이로 인해 은행의 예금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3) 지급 준비금 사용 - 은행은 지급 준비금 내에서 예금주에게 예금을 지급한다.

4) 자산 매각 - 지급 준비금이 부족하게 되면 은행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5) 손실 확정 - 은행이 투자한 자산이 손실 상태인 경우, 매각 시 손실이 확정된다.

6) 자본 잠식 - 손실로 인해 은행의 자기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뱅크런은 이러한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게 되며, 이는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SVB 사태는 ‘폰뱅크런’이라고 불릴 정도로 순식간에 55조원의 예금이 인출되며 단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핵심 요인은 ‘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인한 예금 인출 증가’와 ‘자산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2022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2008년 금융위기 시기 연준(Fed)은 미국 기준금리를 제로(0~0.25%)로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시행했고, 국채와 주택저당채권담보부증권(MBS)을 구매해 시중에 달러 유동성을 늘리고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했다. 당시 총구매액은 4조5,000억 달러로 역사상 최초로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이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위기로 단기간에 2008년 금융위기 보다 2배 이상(7조 달러)의 달러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 과정 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암호화폐와 벤처 기업, 스타트업 관련 산업에 몰려들었다.

 

문제는 2022년부터다. 2021년 6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양적완화 정책을 더 길게 유지할 거라고 말하던 연준은 2021년 하반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올라오자 뒤늦게 인플레이션 위협을 시인하고, 2021년 12월 FOMC에서 양적완화를 마치는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과거와 다르게 단 3개월만에 테이퍼링을 마친 연준은 2022년 3월 FOMC에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2022년 12월에는 기준금리 상단이 4.5%까지 오르는 급격한 금리인상을 했다. 절댓값으로 봐도 큰 수치지만, 인상률로 보았을 때 유례가 없는 가파른 기울기의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2022년에는 자산시장 역사상 전례 없는 시기가 되고 말았는데, 첫 번째로 미국 달러의 M2 통화량이 60년만에 연간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보통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하더라도 M2는 늘어나기 마련이었는데 작년은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미국의 M2 통화량 증가율은 2020년 25%, 2021년 12%에서 2023년 -0.6%를 기록했는데 1970년대 오일 쇼크,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두 번째로 2022년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폭과 M2 통화량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급격한 긴축적 통화 정책의 결과로 채권 역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게 된 것이다. 만기가 수개월 이내인 초단기 채권을 제외한 모든 채권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는데, 특히 duration이 긴 장기 채권의 손실이 컸다. 2022년 한 해 동안 10년 만기 미국 중기채는 -15% 전후,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는 30%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 번째로, 2022년에는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과 채권 같은 안전자산, 금 같은 대체자산이 모두 손실을 입었다. 2022년에 손실이 나지 않았던 자산은 초단기 미국채와 달러 현금, 일부 원자재에 불과했다.

 

은행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의 비중이 높고 대부분은 채권이나 국채로 구성돼 있다. 2022년에는 은행의 보유 자산도 크게 손실이 나게 됐던 것이다. 물론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 시 원금이 보유되므로 이는 ‘미실현 손실’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다음 ‘금융위기’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다

전세계 중앙은행은 추세적으로 외환보유고의 미국채의 비중을 줄여왔다. 그리고 2022년에는 금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채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도 미국채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일본이 미국채 매수 1위 국가로 올라왔었는데, 최근에 일본은 기준금리를 아직 제로로 유지하고 있어서 달러/엔 환율이 오를 때마다 미국채를 매도하며 환율에 개입했다.

 

연준과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은행들에게 미국채의 비중을 높이기를 권고했다. 재정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미국채의 최대 구매자였던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수요가 감소하며 생긴 공백을 메꾸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번 SVB 파산에서 드러난 사실은 SVB가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미실현 손실’ 자산이 ‘미국채’였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장기 국채의 편입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실리콘밸리뱅크로 들어온 유동성을 운용하기에 기업 대출만으로 한계가 있자, 조금이라도 더 큰 기대 수익을 가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SVB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은행을 비롯해서 각국의 은행들과 연기금 포트폴리오와 외환보유고 등 대부분의 기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 민간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는 53% 증가한 4조5,800억 달러나 된다. 그리고 2022년 12월 31일 기준 미국 민간은행이 보유한 매각 가능 한 자산(주식&채권)의 평가 손실은 6,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에 SVB가 파산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뉴스는 SVB가 매도가능증권(AFS)을 매도하고 확정한 손실 단 18억 달러에 불과하다.

 

 

2022년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하고 특히 채권의 대학살이 일어나면서 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는 은행들의 투자자산에 크나큰 손실이 나게 됐다. 다만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을 실현하지 않지만, 뱅크런으로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매도해야 할 경우 손실을 확정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 말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부동산 리츠 펀드에 대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서 환매중단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렇게 펀드도 보유한 자산이 하락한 상황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오면 이번 은행 뱅크런 사태와 유사한 펀드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는 부동산 PF 대출 위기론 이 불거지고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 시간에는 이번 미국 은행의 위기와 유럽의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파산을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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