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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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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논설위원

몇 년 전, 치과에 대해 배우고 싶다며 수의사 한 분이 무작정 찾아온 적이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만으로도 매우 인상적인 분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치과치료에 대해 알려주며 함께 의견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고, 이제 그 수의사 선생과는 ‘호형호제’ 하는 정도의 인연이 되었다. 아, 참고로 요즘에는 개나 고양이도 신경치료를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너무 놀라지는 마시기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얼마 전 그 수의사 선생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치과를 처음 배우고 의욕에 넘쳐 신경치료도 하고 크라운도 씌워주며 정말 열심히 진료한 결과, 이제 임상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는 말로 시작된 이야기의 요지는, 최선을 다해 진단하고 치료하여 그 결과가 양호하다고 할지라도 과연, 치료받은 개나 고양이에게 적절한 도움을 준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치료마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치료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동물들에게 있어 차라리 단순하게 발치 해주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이 점차 커져 간다는 것이다. 그 선생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후 필자가 건넨 말은 “이제 진짜 의사가 되어 가나 보군”이라는 짧은 격려였다.

 

최근 한 후배가 교정치료계획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방사선 사진과 모형을 들고 찾아왔다. 골격성 2급 부정교합에 구치부 교합도 2급으로 전치부의 수평피개가 제법 되며, 상악 전치부에 약간의 총생이 있는 환자였다. 현 상태에 관한 진단 및 다양한 치료계획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려는 찰나, 그 후배가 물었다. “앞니만 치간 삭제한 후 배열해주는 건 어떨까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방법이 과연 그 환자에게 최선일까?”라는 짧은 한마디였니다.

 

총생이 있어 비심미적이고 비기능적인 경우, 전치부의 올 세라믹 크라운 시술은 좋은 치료 방법일 것이다. 다만 그렇게 치료받은 환자들 중에 ‘치아 삭제량이 그렇게 많은 줄 알았다면 그냥 살았을 것이다’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 악교정 수술은 반드시 필요한 치료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조언을 사전에 들었더라면 심미적인 부분을 조금 포기 하더라도 수술만은 피했을 것이라는 환자의 하소연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임상의사로서, 환자를 진단하고 또 치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치료가 마무리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시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임상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치료계획이지만 그 환자의 여러 상황에 배치되는 경우와 마주하기도 할 것이다. 환자를 국소적인 상태로 파악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치과치료의 방법을 치료계획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여 종국에는 환자의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인 상태를 고려하고 배려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고대한다.

 

최근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상대방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였다. 환자가 원하는 바와 우리가 세운 치료계획간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의 치료적 만족과 환자의 만족을 모두 얻기 위해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치과의사들은 환자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전문가로서 결정을 내리는 역할에 충실하며 환자의 상태와 바람에 대한 공감과 소통보다는 필요한 치료에 대한 지시를 해왔을지도 모른다. ‘금이냐 아말감이냐, 수입 임플란트냐 국산 임플란트냐, 투명교정이냐 금속교정이냐’등과 같이 재료를 파는데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광고와 상담이 지금 현재 우리의 얼굴은 아닐까?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어떤 감언이설보다 환자의 가슴을 크게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후배들이 의료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터전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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