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完)이 삼켜버린 세상

2015.04.20 15:31:21 제633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32)

‘완전할 完’이란 글자는 갓머리 부수에 元(으뜸, 우두머리, 둥글다)을 사용한 글씨이다. 따라서 完의 글자적인 의미는 머리에 갓을 쓴 모양으로 완성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집을 짓고 마지막에 지붕을 올린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완성된 의미를 지녀서 집을 다 지은 경우에 완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결국 完이란 글씨의 사전적인 의미는 ‘온전하다, 결함(缺陷)이나 부족(不足)이 없다’이다. 또 완벽이란 말로 완전무결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원래 완벽이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유래에서 나온 말이다. 조나라에는 티 하나 없는 고리모양의 옥으로 된 최고의 보물인 ‘화씨의 벽(和氏之璧)’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탐낸 진나라는 15성과 바꾸자는 제안을 하고 거절하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혹은 물건을 받으면 성을 안주려고 비열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것을 미리 간파한 인상여가 진나라에 들고 가서 왕에게 보여주었더니 돌려줄 생각을 안 하자, 옥에 티가 있다고 속이며 돌려받고는 부수어버리겠다고 협박하여 무사히 돌아왔다. 그이후로 완벽이란 말은 고유명사에서 완전무결함을 나타내는 용어로 바뀌었다. 또 이 같이 ‘완벽’에서 ‘옥에 티’란 말이 유래되었다. 전혀 상반된 단어가 같은 일화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말의 뒤에는 인간들의 욕망이 숨어 있다. ‘옥에 티’만으로도 대단하거늘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인 듯하다. 끊임없는 욕망을 절제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년 이 맘 때에 세월호가 우리나라를 온통 집어 삼켰었다. 그런데 요즘은 충청도 출신으로 이름 두 번째에 完을 쓰는 두 명의 인물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둘은 이웃동네 사람들이고 한 사람은 죽었고 한 사람은 살아있다. 이 둘을 보면 삼국지에 나오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는다’는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사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은 슬픈 사람들이다. 둘 중의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 두 명이 모두 사회의 지도층이었기 때문에 더욱 슬퍼진다. 슬퍼지는 것은 정치인들이 깨끗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그럴 것이라는 추측한 것을 확인하면서 진정으로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마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나오다가 얼핏 주방을 보았는데 주방이 매우 지저분할 때의 슬픔과 같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그런 내막에는 남과의 비교에 의한 상대적인 빈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몰라도 될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된 것에 의한 부작용이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하여 부자들이 입는 옷의 가격을 알고 연예인들이 사는 집값을 알고 그들의 집 내부를 본다. 남이 어떤 가방을 들면 그것이 얼마짜리인지를 바로 알면서부터 행복해지지 않기 시작했다. 사실 부자, 연예인, 정치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세계를 살면 된다. 결코 민간인들과 만날 일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 민간인이 그들만의 리그를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모르면 행복할 것을 알면서 불행해진다.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인줄 모를 때까지는 맛있던 물이었는데 알고부터 구역질을 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1년 전 이맘때에는 세월호가 개인 이득을 위한 부패의 추악함의 끝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두 사람은 현 정치인들의 민낯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完이란 바람을 막기 위한 지붕을 얹으면서, 의관을 정제하며 갓을 쓰면서 완성된다. 그 시작이 남을 위하고 자신을 반듯이 할 때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행여 完을 감투를 쓴 모습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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