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괜찮겠지?" 예약부도 비일비재

2015.11.02 14:48:54 제657호

예약하고 늦어도, 약속 깨도, 환자는 甲?

서울에 있는 모 치과는 얼마 전 예약 시간에 늦은 한 환자로 인해 제 시간에 온 환자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2시에 약속을 잡아놓은 환자가 30분이 넘어서야 나타나서는 ‘먼저 예약했으니 빨리 진료를 해달라’며 소란을 피웠던 것.

 

해당 원장은 다른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일명 ‘진상 환자’를 먼저 치료해줬고, 그 때문에 제 시간에 온 환자들은 차츰 순서가 뒤로 밀려나게 됐다. 이후 몇몇 화가 난 환자들은 1시간이 지났는데도 내 순서가 오지 않았다며 따지기 시작했고, 해당 치과 스탭들은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캔음료를 돌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예약 시간을 어기거나 늦는 상황(예약부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병의원에서조차 시간을 어겨도 ‘코리안 타임이니까’라고 여기며 행동하는 이유는 예약을 어겨도, 예약 시간에 늦더라도 환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예약금을 받지도, 위약금을 물리지도 않는다. 1차 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치과는 더더욱 그렇다.

 

서울의 A치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을 예약환자로 받는다는 이 치과는 아직까지도 10~15%의 예약부도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A원장은 “이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며 “예를 들어 하루 평균 20명의 환자를 기준으로 할 때 17~18명의 환자만이 예약을 지키는 것으로, 예약을 지키지 않은 2~3명의 환자를 각각 30분으로 잡았을 때 1시간 이상의 진료공백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원장은 예약부도를 막기 위해 내원당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예약확인을 꼼꼼히 한다고 전했다.

 

사정은 다른 치과들도 마찬가지다. 개원환경이 어려운 상황에 진상 환자가 오더라도 강하게 대처할 수 없는 이유는 SNS 등을 통해 구설수에 오르면 신환 유치도, 구환을 유지하는 데도 어렵기 때문. 특히나 치과는 환자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말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구로구에서 개원 중인 B원장은 이처럼 치과 내에서 발생하는 ‘예약부도’ 현상에 대해 치과의사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소신껏 진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B원장은 “응급 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든 먼저 온 환자가 피해보지 않도록 늦은 환자는 ‘後 진료’를 하고 있다며, 환자가 동 시간대에 몰리는 예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진료예정시간이 15분일 경우, 일부러 준비시간까지 더해 30분으로 잡아놓는 등의 간격을 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예약부도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약확인 문자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통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식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조영탁 법제이사는 “병·의원의 예약부도는 다른 환자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환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피부과·성형외과의 경우 시술 전 예약 부도에 따른 예약금 환급 규정이 마련돼 있는 만큼 치과도 체어타임이 긴 진료의 경우 진료예약금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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