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심리상담 14

2016.01.28 10:45:48 제669호

명품(名品)

계절이 우리의 살아가는 생활패턴을 바꾸어 놓는다. 특히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는 스키나 스노우보드와 같은 활동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절에 비하여 대부분의 야외활동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겨울만이 갖는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홈쇼핑 매출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가끔 홈쇼핑을 들어다 보면 그만의 매력에 빠져들 때가 있다. 쇼호스트들의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딱히 필요 없는 것인데도 당장이라도 사야 할 것만 같은 유혹을 느낀다. 얼마 전 가죽소파에 대한 상품설명을 보는데 쇼호스트들이 그냥 소파에 앉아서 편히 쉬는 일상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신이 소개하는 천연가죽 소파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하였다. 편안하게 온몸의 체중을 소파에 맡기고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 체중에 대한 충격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이 원상 복원되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한두 번의 체중으로 소파의 복원력이 없어진다면 그것은 당연히 소파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쇼호스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몇 년을 사용하여도 그 복원력은 계속된다고 하니 의심보다도 관심이 앞선다.

 

사실 소파라는 가구는 그냥 실내에 비치하여 두는 가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체중을 감당하는 기능을 하여야 한다. 그것도 체중이 무거운 사람부터 가벼운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체중을 감당해야 한다. 만약 소파에게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실내에 비치하는 가구 중에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 할지도 모른다. 사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소파라고 하지만 그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몇 십 만원부터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가격의 차이는 디자인이나 크기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죽의 재질에 따른 복원력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명품 가죽소파는 단순한 복원력을 뛰어넘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의 흔적을 더 멋스럽게 담아내고 표현한다. 즉, 그냥 단순히 눈으로 즐기기 위해서 비치되어 있는 가구가 아닌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면서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체중의 흔적을 견디어 내고 그 흔적들을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할수록 명품인 것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수많은 고객들과 접하는 서비스 현장도 비슷한 것 같다.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고객들의 성향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한 고객들 때문에 갖게 되는 피곤함이나 상처가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고객을 만나지 않는 서비스 현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대기 중에 있는 유해가스나 바이러스가 두려워서 숨을 멈추려고 하는 어리석음과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만나더라도 그 피곤함과 상처에 아파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자신의 상태로 돌아서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기쁨과 즐거움도 경험하지만 때로는 원치 않는 상처로 아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슬픔과 상처를 경험하였을 때 일반적으로 네 가지 형태의 반응을 한다.

 

첫째, 굴복이다. 그냥 받은 슬픔과 상처에 주저앉아서 절망의 상태에 갇혀 있는 것이다. 둘째, 생존이다. 슬픔과 상처를 안고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이다. 셋째, 회복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슬픔이나 상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슬픔과 상처는 없을 수 있겠지만 세월의 흐름에 대한 성장이나 성숙도 없다. 넷째, 번영이다. 슬픔과 상처를 넘어서서 또 다른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숙시켜나가는 것이다. 싸우지 않기 위해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부 사이에 싸우지 않고 지내는 방법에 관심을 갖는다. 결혼생활은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다투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고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불가피한 다툼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서비스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고객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가 없다.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받게 되는 상처나 아픔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탄력성이 필요하다. 명품 소파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게에 눌리기는 하여도 꺼지지 않고 다시 복원하는 세월의 멋스러움을 담아낸다. 서비스장면에서도 자신의 경험들을 명품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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