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심리상담 15

2016.02.22 15:38:24 제671호

덕분입니다!

혹독하고도 매서운 추위 속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봄이다. 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열흘이나 지났지만 다시 추위가 찾아와 몇몇 지역에서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추위에 얽혀진 저마다의 추억이 많겠지만 필자에게는 그 중에서도 중학교 시절 주일학교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어느 노부부가 생활이 적적하여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기로 결정을 하고 고양이를 자식처럼 생각하며 대하여 주었다. 그런데 막상 고양이는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밥도 잘 먹지 않고 늘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노부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짝을 지어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리하였다. 그러자 두 고양이는 활기를 띄고 노부부가 생각했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맞이한 무더운 어느 여름날 두 고양이의 특이한 현상을 목격하였다. 그늘에 있어도 더운 여름날인데도 불구하고 마당에서 두 고양이가 꼭 껴안고 있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사이가 정말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흐뭇하게 생각하였다.

 

시간이 지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왔다. 두 고양이에게는 역시 처음으로 맞이하는 겨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가 아예 근처에 가지도 않고 따로 떨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사이가 나빠져서 그렇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되지 않아서 두 고양이는 얼어 죽게 되었다. 노부부는 두 고양이의 죽음이 너무도 안타깝기도 하고 또한 한편으로는 기이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기 위하여 고양이 전문가를 찾아가서 특이한 고양이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고 난 후 깜짝 놀라게 되었다.

 

왜냐하면 무더운 여름에는 자신의 더위를 다른 고양이에게 주려고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이고 추운 겨울에는 자신의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서로를 멀리 했었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기주의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이야기다.

 

병원이라는 서비스 장면도 비슷한 것 같다. 나와 남이 다른 개체라는 다름을 인정하는 개인주의와 ‘나’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다른 것이다. 나와 다른 ‘너’를 진정으로 인정할 때 소중한 ‘나’를 발견하게 되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성숙한 사회문화가 된다. 진정한 개인주의는 ‘나’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한, 그래서 성숙된 우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생각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 생각만이 옳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얻게 된다는 교만과 독선의 태도를 가진다. 그래서 잘 되는 일의 결과는 자신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잘못된 결과들은 다 남의 탓으로 돌린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도 나 때문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그 기쁨을 나 혼자만 느끼게 되며,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어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위로는커녕 문제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외로움과 피곤함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직 구성원들이 늘 불만이었던 아주 조그마한 조직을 코칭한 적이 있었다. 더 이상 조직은 성장하지 못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급급하였고 거기에다 늘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이 거듭되었다. 코칭을 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바로 CEO의 비합리적 신념이었다. ‘누가 지금 월급을 주는데?’, ‘누구 때문에 직원들이 먹고 사는데?’. 조직구성원들 역시 ‘나니깐 이런 대접받고도 버티는 거죠’, ‘나니깐 이 월급으로 이만큼 일을 해주죠’ 라는 등의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CEO도 직원들도 모두 ‘나 때문에’라는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생각으로 생활하다 보니 외로움과 피곤함이 늘 불만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직원들 덕분에 지금 조직을 운영하고 잘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이런 회사에 일할 수 있네요’라는 신념의 변화를 통하여 결국 조직 문화를 바꾸고 성과를 향상시킨 사례가 있었다. ‘나 때문에’가 아니라 ‘당신 덕분에’라는 신념의 전환이 일어날 때 서로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고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게스탈스(Gestalt) 심리학에서는 ‘전체는 단순한 부분의 합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각 개체의 조합구성 양식에 따라 전체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원장님 덕분에’, ‘선생님 덕분에’, ‘고객님 덕분에’라는 조합구성의 말들이 병원에 가득하길 바란다.

 

날이 차다. 추운 겨울 덕분에 따스한 봄이 더 기다려진다. “오늘도 저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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