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26

2016.08.11 12:55:37 제693호

일기(日記)

요즘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강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역사라는 것이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 이외에는 우리가 생활하는데 그다지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지만, 사실 역사학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규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과거의 사실인 역사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나간 50년 전 100년 전의 내용은 그렇다 하더라도 몇 백년 몇 천년 전의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나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하여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꼭 이러한 역사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지나간 과거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재를 있게 만드는 것이 과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재가 나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 즉, 어제가 오늘을 있게 하였고 오늘이 내일을 만들어 간다.

 

자신이 처한 현재를 부정하고 원망하거나 혹은 절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상담을 할 때의 내담자들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든 에너지는 과거로 향하여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거가 자신의 불행한 현재를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현재는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 오늘이라는 현재의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현재는 어제라는 과거에 얽매어 있을 뿐이다. 과거를 놓아두지 못한다. 과거를 놓아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직면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내일이라는 미래를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불평하고 원망하는 과거의 감정에 머물러 있으면 내일이라는 미래는 과거에 얽매인 현재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감정들은 그대로 놓아주고 그 경험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 이유는 과거는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현재를 성찰하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이라는 현재의 시간은 우리 모두가 처음으로 직면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처음으로 직면하는 현재라는 순간의 선택은 바로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감정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조망할 때 보다 현명하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방법을 NLP 심리학에서는 관점전환법(Perceptual Positions)이라고 한다.

 

어떠한 현상을 어떤 각도와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느낌과 이해가 전혀 다르게 체험 하도록 만드는 심리훈련방법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머물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바로 그 경험에서 가지게 되는 감정에만 얽매어져 있는 경우이다. 즉, 자신의 주관적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현실의 순간에 대한 선택은 모두 과거에 머물러 있는 감정의 연속선상에 불과하다. 그로므로 어떤 현상을 감정과 분리된 시각으로 전체 상황을 관조함으로써 객관적인 관점에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과거의 현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심리훈련방법이 바로 관점전환법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효과적인 훈련방법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일기(日記)를 쓰는 것이다. 일기는 자신의 하루 경험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방법이며,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심리훈련방법이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의 선각자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은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의 감정에 얽매어 있다면 현재는 그 감정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의 경험을 통하여 좀 더 성숙한 현재와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는 원망이나 불평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눈앞에 둔 전시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시키려고 노력한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가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시켜서 늘 깨어있으려는 모습이 다시 한번 존경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감정이라는 과거에 얽매이게 놓아둘 것이 아니라 하루 일들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성장과 성숙의 계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오늘부터 일기쓰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일기검사는 각자가 하는 것으로…

 

글_ 손정필 교수 (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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