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44

2017.08.18 15:01:03 제742호

그대의 어깨가 무거워보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요? 그대의 어깨가 무거워 보여…”라는 가사 말을 처음 접하게 된 장소는 몇해 전 대학원 졸업생들과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누군가 흥을 돋구겠다며 불렀던 노래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흥겨운 리듬을 타고 흘러 나온 가사를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그 내용을 음미해 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요?’와 같은 상대방의 상황에 대한 물음과 ‘그대의 어깨가 무거워 보여’라는 신체적 상태에 대한 물음은 그냥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질문도 아니요, 의례적이고 관례적인 물음은 더더욱 아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신체적 상태에 대한 질문은 그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심리상담에서 제일 중요시 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심과 간섭은 상대방을 향하는 것이지만 그 기저에 깔려있는 의도는 전혀 다른 것이다. 관심은 오로지 상대방을 향한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감정이입이지만, 간섭은 자신의 기준에 의한 상대방에 대한 평가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피드백이다. 관심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지만 간섭은 자신의 기준을 관철시키려는 행동이다. 현대인들은 가정과 직장 그리고 학교에서 관심과 간섭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자식을 위해서 하는 말과 행동’, ‘부하직원을 위해서 하는 피드백’, ‘학생이 잘되라고 하는 행동’들과 같은 일들은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을 관철시키고 거기에 따라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극히 이기적인 행동이다. 관심은 상대방과의 화합을 촉진시키고 친밀감을 형성하지만 간섭은 상대방과의 거리감이 생기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다툼의 원인이 된다.

 

어떤 부모들이나 혹은 직장상사들은 요즘 젊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화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다툼을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은 상대방과의 다툼을 방지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정작 관심과 간섭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매한 행동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갈등과 다툼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관심(그들이 말하는)을 삼가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는 무관심이 관심보다 더 환영받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행위들이 오히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간의 마찰을 방지하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무관심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지금 대한민국은 자살이라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무관심이 자살이라는 현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증명하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3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하루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3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금까지는 자살이라는 것을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한 사람, 혹은 누군가로부터의 배신, 경제적 파산 등과 같은 개인적 이유에 초점을 두고 접근했지만 이제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케임은 자살을 사회적 사실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한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나 국가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구하려는 노력을 복합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통체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 예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로 설명하자면 이제는 관심이라는 우리의 행위가 개인 대 개인간에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닌 사회 대 개인 혹은 국가 대 개인이라는 큰 차원에서 조망하고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다툼의 원인이 되는 간섭이 되고, 그래서 무관심이 보다 평안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 팽배해진 사회에 살고 있다.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다툼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어느 누구의 관심도 없는 절망적인 삶 속에서 이뤄지는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를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한 심리상태를 말로써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해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다른 사람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거나 혹은 자신의 어깨가 무거울 때에는 잠시 어깨를 가볍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사회다.

 

글_ 손정필 교수 (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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