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카페 횡포, 다음 타깃은 '당신'일 수 있다!

2018.08.16 14:29:19 제789호

악덕치과로 낙인찍고 허위·비방글 게재
치과는 존폐위기 내몰려


“어느 날 눈을 떴더니, 우리 치과는 불법 브로커병원으로, 우리 치과 환자들은 돈을 받고 후기 쓰는 브로커로 매도당하고 있다. 수십 개의 악플과 수천 건의 조회수가 하루하루 늘어나고 있으며, 수술약속은 줄줄이 취소되고, 환자 상담도 뚝 끊겼다. 나도 모르는 일이 인터넷 공간에서 사실로 둔갑되고 있었다.”


서울의 A구강악안면외과 원장은 지금 인터넷 카페와 전쟁 중이다. 답답한 마음에 일일이 자료를 찾아가며 대응도 해보고 소송도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이 지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렵게 쌓아온 환자와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갔고, 아직도 B인터넷카페에는 별도의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져 수없이 클릭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잠을 청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회원수 45만8,036명, 인터넷카페의 막강한 위력

양악수술-교정치료 전문카페를 표방하고 있는 B인터넷카페는 8월 14일 현재 총 회원수 45만8,036명, 전체 게시글 94만3,032건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 치료가 아닌 양악수술이나 교정치료와 같이 많은 비용과 오랜 치료기간이 필요한 치과치료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곳이다 보니 전국적인 커뮤니티로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카페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A구강악안면외과가 이 카페에서 타깃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 지난 6월 10일 경이다. 그리고 어느날 환자로부터 “지금 이 카페에서 A치과를 겨냥한 별도의 게시판이 만들어졌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후 A치과 이니셜로 후기를 작성한 글, 몇 곳의 치과 중 어느 치과가 좋을지 물어본 글 등이 모두 따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한 60~70명의 회원들은 A치과 관련 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강퇴를 당했다. 카페지기는 “A구강외과에 관한 정보를 묻고 질문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전부 차단하고 관련 아이디를 모두 강퇴시키겠다”면서 “앞으로 이 카페에서는 ‘A구강외과’라는 단어는 절대 사용하면 안되는 금지단어이며, 앞으로 A치과에 관한 그 어떤 정보공유도 할 수 없다”는 경고성 글을 작성해둔 상태다. 실제로 이 카페에는 A치과 외에도 ‘금기어’로 지목된 치과가 어렵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어떠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퇴를 당한 카페 회원과 공개적인 비난 대상이 된 치과가 나서 질의를 하고 쪽지를 보내도 묵묵부답, 비난의 강도만 더 높아졌을 뿐이다.


결국 A치과가 나서 사실 확인을 시작했다. 치과 관련 글을 게시한 사람들의 닉네임, 아이디와 게시글의 내용을 기반으로 실제 환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은 실제 환자였음이 확인됐다. 이들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치과를 적극 돕겠다며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있다. 언어폭력과 실질적인 피해가 이어진 지 벌써 2개월이 돼가고 있다. 결국 민형사상 소송에 가처분신청까지 냈지만, 결과를 받기까지는 답답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A치과는 결국 치과 홈페이지에 장문의 게시글을 올렸다. “단 한 건도 그들이 말하는 ‘자작 게시글 작성 및 핑퐁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받는 의료기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인터넷카페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확인절차는 없다”, “찍히면 제명” 거대 커뮤니티의 횡포

최근 인터넷카페로 피해를 입었다는 치과가 늘고 있다. 맘카페, 중고나라, 특정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카페나 게시판이 늘고 있고, 익명의 공간에서는 특정 치과의 치료에 대한 불만, 원장의 인성에 대한 불만, 직원 응대에 대한 불만 등이 일방적으로 공유·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일부 카페와 제휴해 이벤트를 진행하는 치과가 있는가 하면,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악덕치과로 내몰리는 치과도 있다.


실제로 B카페에서는 불법적인 모객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실명사용을 자제하고 쪽지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퇴당한 환자들 또한 “어떤 치과를 가야 할까”를 묻는 질문을 올렸더니 특정 대학병원, 특정 치과를 알려주는 쪽지가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 왜 이 병원은 되고 저 병원은 안되는지 카페활동을 하는 회원들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한번 찍힌 치과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비방글과 허위글이 게시되기 일쑤다. 치료기록도 없는 날짜에 수술을 받았다거나 해당 치과에 맞지 않는 비용을 기재하는 허위글도 확인되고 있다. 긍정적인 후기가 줄을 잇던 치과가 어느 날 갑자기 ‘카페 금기어’로 지목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치과를 찾아 상담하는 것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환자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할인해주고 그 대가로 환자의 아이디를 인수받아 환자인양 글을 올리는 왜곡된 바이럴마케팅이 횡행하고 있으며, 인기 있는 인터넷카페를 돈을 주고 통째로 사버리는 사례도 있을 정도라니 지금의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오히려 환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지역 맘카페에 악덕병원으로 지목돼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치과도 있고, 광고를 끊었더니 어느 날 비방글에 시달리게 됐다는 치과도 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보니 악덕브로커병원으로 지목돼 환자는 물론 동료들에게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치과도 있다. 더욱이 어느 공간에서 우리치과 이름이 거론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말 그대로 다음 타깃은 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이제는 치과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공유되면서 그 피해가 치과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편, 인터넷카페의 부조리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대한악안면성형구강외과개원의협의회는 조만간 관련 대책회의를 갖는다고 알려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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