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사람들

2021.05.06 11:18:41 제918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15)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얼마 전부터 진료를 올 때마다 요구사항이 바뀌고 늘 불만을 토로하는 남성 환자 한 분이 있다. 환자 불만을 들으면서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환자 질문에 논리적 설명을 하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본인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심리학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실행에 옮기기 전에 살기 위한 방편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고 한다. 그와 유사하게 그 환자 모습은 무의식중에 누군가로부터 자신에게 집중을 받아 위로받고 싶거나, 아니면 아직 우울증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픈 상태여서 조그만 자극에도 힘들어하는 상태인 듯했다.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한다. 아프다는 것은 통증이 있다는 것이고 마음 통증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야단을 맞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경우에 마음이 아픈 것은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에 반응하여 아픈 것으로, 자극통증이다. 반면 스스로 내면에서 마음이 외롭고 쓸쓸하여 괴로운 것은 외부적 요인이 없이 아픈 것으로 자발통증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외부 자극통증과 내면 자발통증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결과만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물론 마음의 아픔 정도가 커지면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지고 숨을 쉬기도 힘든 지경이 되기도 한다. 이때 아픈 마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 자극통증이라면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한다. 반면 내면 자발통증이라면 욕심과 우울을 구분해야 한다. 욕심을 만족시키지 못한 아픔이라면 포기나 수용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랑을 빙자한 소유욕을 생각해보자.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소유하지 못하여 스스로 억울해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갖고 싶은 인형을 갖지 못했을 때와 유사한 그런 속상함이다. 어른이 되어선 인형이 사람으로 치환되고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즉 속상해서 마음이 아픈 것은 상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사랑하는 데 인형이 필요했을 뿐이다. 나를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판단과 결정을 포함한 일체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해야 한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 해도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아닌 어려서 좋아했던 인형의 대치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던 인형을 잃어버릴 때의 아쉬움과 속상함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내 곁에 머물지 않아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도 감사하다. 존재로서의 가치만으로도 감사하는 것이 사랑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보고 싶어도 뵙지 못한다. 생존해 계신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존재로서의 가치이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존재함만으로도 감사하다. 부모님들이 우리를 그렇게 사랑했고 우리 또한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 이런 사랑이 확대되면 소유욕이 줄어든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 사랑보다는 소유하지 못함에 억울해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혹시 청소년기의 자식들로 마음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 존재함의 가치보다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있거나 자식들의 삶이 나의 소유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자살을 선택하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과 동반하는 경우 또한 자녀를 자신들 소유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녀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존재함에 고마워하고 감사한다면 자녀들로 인한 아픈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녀에 기인한 마음통증은 부모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는 자녀라는 외부 자극보다는 기대감을 높인 부모 소유욕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욕심이 아닌 심한 외로움이나 우울에 의한 것이라면 친한 친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수영을 배워보지 못하고 처음 물에 빠진 자가 도움을 요청하듯이 처음 경험하는 우울도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리 내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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