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철인 28호

2023.01.19 13:10:14 제1001호

김용호 논설위원

드론과 로봇은 이 시대의 흥미로운 화두다. 사람도 아닌 것이 사람처럼, 아니 어떤 면에선 사람 이상의 일을 해낸다. 386세대인 필자는 유년기 만화에서 로봇을 처음 접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이름조차 낯설 철인 28호, 마징가Z, 로봇태권V 등 이름만 떠올려도 옛날 만화 속 고대 로봇들인데, 이 로봇들은 ‘착한 편’의 주인공이 ‘탑승’해서 조종을 하고, ‘악당’을 쳐부수는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 당연히 로봇의 행동이 ‘착한 편’의 의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로봇은 성능이 좋기만 하면 그만인 ‘착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IT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인공지능개념이 인류의 삶에 곁에 자리하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해야 보다 차원 높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인간의 입장에서 편리한 로봇들이 만들어 질 수 있기에 로봇개발 관련자들은 ‘로봇이 어떻게 사고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것인가?’, 정확히는 로봇을 어떻게 사고하게 하고 판단하게 하며 행동하게 설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지혜로운 이들의 미래 예견의 예는 이 분야에도 예외가 없어 러시아태생의 미국 보스턴대 화학교수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1942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요약하면 ‘로봇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에 복종하며 존재를 유지해야 함’인데, 아시모프는 40여년 후인 지난 1985년 이 3원칙이 커다란 허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고 다소 모호한 개념인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또는 해를 입는 상황을 무시하면 안 된다’라는 0순위 원칙(그런데 이 원칙 또한 로봇에게 ‘인류’와 ‘상황’이라는 복합 개념을 제대로 프로그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또 다른 한계를 내포한다)을 추가했다.

 

돌이켜보면 철인 28호와 로봇태권V 시대에는 원칙 걱정 없이 스토리가 전개됐고, 로봇은 만든 이의 혹은 가진 이의 편이어야 했다. 그런데 누가 만들 것인지, 누가 가질 것인지에 대한 담론은 또 다른 영역으로 이어지므로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가 자신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함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닮은 그 무엇을 만들자니 이리 복잡한 게 아닌가 싶다. 늘 관심이 있어 로봇개발에 원칙에 대한 글들은 보이기만 하면 숙독하는데, 다소 독특한 원칙이 하나 제안돼 있어 관심 있게 보았다. ‘로봇은 자기 자신을 수리할 수 없다’는 제안인데, 이 원칙에서 로봇이 자기 자신을 수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인간은 주체로서의 지위를 잃고 소비와 만족만을 위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 섞인 이야기가 담겼다. 하지만 필자는 로봇이 ‘자기 자신을 수리한다’는 의미는 그런 나태한 인류의 탄생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기를 수리한다는 것은 현재 나 자신의 구조와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것이고, 그것을 고치려는 의지와 능력이 존재하고 작동한다는 것은 개선과 발전의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한 것이며, 이는 살아있는 생명력에 근접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이 위대한 것은 개체세대의 생존 중에도 부단히 노력하지만, 죽음 뒤에도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오던 생명의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행위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어떤 불운이나 오류로 인해 이번 세대에서 생존과 발전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형제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생명을 이어가지 못했더라도 목숨 걸고 남긴 다음 세대에서는 그 실수를 반복하게 하진 않겠다는, 적어도 그런 기회라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이 모든 삶들의 위대함이고 에너지라고 생각해 볼 때, 만일 우리를 닮은 로봇에게 그런 의지를 가진다면 스티븐 호킹이나 일론 머스크가 언급했듯 그들이 인류의 실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스튜어트 러셀도 자신의 저서 ‘양립할 수 있는 인간: AI와 통제의 문제’에서 무한한 지능과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임무를 부여할 때, 궁극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치명적 약점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 경고한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슬그머니 나는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로봇에게 자기 자신을 고치지 못하게 하듯, 혹시 조물주나 진화의 세월이 내가 내 자신의 잘못을 고칠 줄 모르게 해 뒀다면 내가 지금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답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 싫고 조금이라도 애쓰는 일들이 싫어, 나 자신의 잘못을 알고도 내가 할 일인데도 모르는 척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수리할 줄 모르는’ 철인 28호 같은 나를 본다. 우리도 우리가 그런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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