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금융과 부동산을 만난다

2023.05.04 12:41:08 제1015호

노원종 논설위원

3년 전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이란 책을 읽고, 사업에 관해 필자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깼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의원이나 병원을 경영하는 독자라면 꼭 이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길 바라본다.

 

그 사업이 무엇이든 사업체가 성장을 거듭해 동네를 벗어나 큰길에 들어서면 두 사람이 기다릴 것이다. 한 사람은 수트 차림에 넥타이를 맸고 한 사람은 잠바 차림에 모자를 썼다. 이 두 사람은 경쟁자인 동시에 동업자다. 이들은 당신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다. 수트 차림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금융이고, 잠바 차림에 모자를 쓴 사람은 부동산이다. -돈의 속성- 김승호

 

이 책을 읽었던 2020년은 필자가 개원한 지 12년째 되는 해였다. 그전까지 건물주는 막연한 소원이자 희망이었지만, 잠재의식 속에서는 ‘내가 무슨 건물주야?’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십억, 수백억을 호가하는 건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나와는 너무나 딴 세상 같은 얘기라 한 번도 건물의 시세를 알아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사업체나 자영업을 하고있는 대부분의 사장들은 보통 계약 후 임대료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매일 사용하고 있고 더구나 매년 임대료가 오르거나, 쫓겨나서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건물을 산다는 생각을 못 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벌기 전에는 건물이란 사기 어려운 물건이라 생각해서다. 애초에 살 생각을 못 하니 사려고 알아보거나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는 것이다.

 

김승호 회장의 신간 ‘사장학개론’에서 저자는 건물주에 관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두 가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로 지금 건물을 가진 거의 모든 건물주는 돈이 엄청 많을 때 건물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그들의 시작은 어쩌면 임차인으로 들어온 사장들보다 자산이 없었을 때부터 건물을 갖기 위해 발품을 팔고, 정보를 모으고, 은행을 설득해가며 건물주가 됐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건물주의 대부분은 돈이 많아서 건물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건물을 가진 레버리지 사업가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임대료를 내는 사람이라면 현재 건물주보다 그 건물을 가질 권리가 높은 사람이라고 지적합니다. 본인이 임대료를 내는 사람이라는 뜻은 그 건물이 가진 원가와 기타 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소비자이며 그걸 매일 사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즉 은행 입장에서 보면 실사용자이자 융자를 주는데 가장 안심되는 사람이란 뜻이고, 은행으로서 가장 신용이 높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사장학 개론- 김승호

 

이 글을 읽고 막연히 필자가 내고 있는 임대료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해 봤다. 매달 관리비까지 1,2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었으니 일 년에 1억 5,0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12년 동안 낸 임대료가 17억이라는 계산을 해본 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병원을 운영하면서 임대료는 그냥 당연히 지불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 임대료의 가치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내는 임대료에 덤으로 환자들이 내원하며 유발되는 트래픽으로 인해 건물의 가치는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금리가 많이 올라갔지만, 2020년 금리 기준으로 임대료를 대출이자로 환산해보니 50억 이상의 가치가 되는 것을 보고, 금융을 이용해 건물을 매입할 수 있으면 그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누구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 준 적이 없으니, 건물주는 그저 금수저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10여 년 전 개원 당시 이를 인지하고 최소한 내가 운영하는 병원 자리라도 분양을 받거나 꼬마빌딩을 샀더라면, 자산 가치 상승도 덤으로 얻었을 것이다. 아직 절대로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꼬마빌딩 건물주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들어갔다.

 

모든 부동산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 가치는 정확한 수치로 산출 된 실물 금액을 가지고 있다. 실물 가치를 지닌 변동적 자산은 모두 이자를 만들거나 배당을 지불한다.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업체가 있다는 뜻은 부동산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의미다.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사업에만 노력하지 말고 같은 열정으로 금융과 부동산도 함께 공부하기 바란다. -돈의 속성- 김승호

 

자영업을 하고 있는 동료 치과의사들도 꼭 본인 사업을 하는 공간은 본인 건물에서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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