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훈민정음 창제의 정신으로

2023.09.21 11:23:45 제1033호

이승호 논설위원

訓民正音은 한글의 옛 이름으로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의 명칭이자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 등을 해설한 책이 제목이다. 1443년 창제된 이후 1446년 반포된 훈민정음의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며, 28개 낱자로 구성되어 있다. 소리글자에 속하며, 배우기 쉽고 쓰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훈민정음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며,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훈민정음은 1446년 반포된 이후 초기에는 正音으로도 불리었으나 諺文, 諺書, 反切, 암클, 아햇글 등으로 불리면서 양반들에 의하여 홀대 받아왔었다. 그러나 한자에 비하여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가 쉽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어 오늘날 한국어를 표기하는 공식문자가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일반검진항목의 수검율은 80%를 상회하는 반면, 구강검진은 31%에 그친다. 치료가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거나 스케일링을 권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므로 일부 국민은 ‘구강검진은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 치과임상의 수준은 매우 뛰어나 높은 수준의 고급진료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자연치아를 쉽게 포기하거나 결손부위 수복을 위해 임플란트 혹은 보철치료로 쉽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치아주위조직에 대한 평가기록 없이 스케일링을 하고 환자 맞춤형 내원 프로그램 없이 단순 연 1~2회 재방문을 요구하는 가운데, 치아주위조직은 병적흡수를 계속하고 어느 날 치아동요가 심해지면 끝내 발치하고 만다. 그러나 환자가 자연치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치과의사는 끝까지 그 치아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격려하며 예방 및 기초치주치료를 반복하는 등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전공과목이 무엇이든 매일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에 대해 치주낭 측정, 치아지지조직 평가 등을 일상화해야 전문직으로서의 보람과 행복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올바른 대국민 구강보건교육을 통해 개개인이 자신의 치아에 대해 예후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치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구강검진 수검율도 의과 일반검진 수검율과 같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치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일 수 있고, 법적·행정적·경제적으로 옭죄어 오는 작금의 의료제도 등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저급한 의료광고나 유치한 마케팅보다 순수하게 공부하며 품었던 처음의 뜻을 다시 세우고 실천하면서, 점차 개원이 안정되고 주변의 존경과 인정을 받으며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성숙도는 물론 치과성장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선진국형 평가체계 PSR법을 사용하면 첫째, Site specific하고도 episodic한 치주병을 Screening 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서 치주 모든 부분을 평가해서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조기 발견하게 된다. 둘째, 몇 분 만에 routine 구강 검사가 가능하다. 셋째, 환자들이 검사에 잘 적응하고 본인 치주상태에 대한 이해도 높으며, 복잡한 치주치료가 필요하거나 심미, 임플란트 수술 등이 필요한 경우에도 협조도가 높다. 넷째, 기록이 쉽다. 다섯째, 환자의 치주상태를 효과적으로 계속 평가할 수 있고, 장기적인 환자 관리 및 기록보관도 뛰어나다.

 

치과의사와 진료스탭, 환자 모두가 치아지지조직의 상태를 알고 쉬운 방법으로 평가해 간단명료한 수치로 의논할 수 있다면, 명확한 의사전달로 오해나 분쟁의 소지도 줄고, 진료표준화가 용이해 소통이 쉬워진다. 일부 귀족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던 한자의 사용으로 일반 백성들의 무지가 방치됐던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던 세종대왕 애민정신의 위대함처럼, 치과계 역시 어려워진 현실을 훈민정음 창제의 정신으로 개척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병원수입에 경도된 patient management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을 실천하게 됐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한편, 한의사 또는 일반 의과 의사들이 턱관절을 진료한다고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우선 일차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일반치과치료로 분주했던 결과였다고 보고, 앞으로 공부해서 환자를 적극적으로 돌보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구강 내를 평생 들여다보면서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꾸준히 살펴봐왔을 뿐더러 교합조정이나 악궁확장, 그리고 혀에 관한 이해를 우리보다 더 잘 하고, 확실하게 환자를 도와줄 직업군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외부로 드러난 치기공사 관련 문제도 평소에 교합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대합치와의 관계를 screening & recording하면서, 치주탐침깊이 수치를 가지고 생물학적인 부분을 더 가르치기로 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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