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투명치과 강원장, 1심서 사기 '무죄' 일부만 '유죄'

2024.02.15 16:40:30 제1053호

사건 핵심인 사기·과실치상은 무죄, 의료기기법·근로기준법 위반만 유죄 '아쉬운 판결'
재판부 “공소사실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었을 뿐,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판결 아냐“ 작심발언

[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투명치과 강모 원장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여겨진 사기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형사8단독)는 오늘(15일) 오후 2시 투명치과 강 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이 같이 판결했다. 

 

강 원장에게 제기된 첫 번째 공소사실은 사기혐의. 브라켓교정으로 치료를 해야 함에도 마치 투명교정이 적절한 치료방식인 것처럼 환자들을 기망해 투명교정을 선택하도록 하고,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받아 편취했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투명치과에서 근무했던 치과의사들과 상담실장들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을 볼 때, 피고인이 투명교정을 적극 홍보해 환자를 유치한 것을 넘어서서 투명교정을 해서는 안되는 환자들에게까지도 의도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투명교정 방식의 치료를 지시하거나 이를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투명교정 뿐 아니라 브라켓교정으로도 치료를 받은 비율이 상당하고, 어느 하나의 교정 방식이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거나 더 큰 순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치료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환자들이 투명치과에서 투명교정 방식에 의한 교정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치와 같은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강 원장이 직접 치료하거나 치료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명치과에서 근무했던 치과의사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고인은 대표원장으로서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일치된 진술을 한 바 있다. 또한 피고인이 환자들의 교정치료를 담당한 치과의사들에게 진료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거나 그 진료과정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환자들이 장기간의 교정치료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진료를 담당한 개별 치과의사들의 과실 유무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의 책임을 져야지 (대표원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은 피고인이 업무상과실치상의 형사 책임을 부담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무허가 의료기기를 사용했다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이 부분에 대해 강 원장 측은 투명치과에서 제조한 교정장치용 레진이 기존에 인증받은 원재료로 제조한 것인 만큼 별도의 의료기기 제조 인증이 필요하지 않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정장치용 레진은 구 의료기기법과 그 시행규칙,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제3조의 별표에 따라 2등급으로 분류된 의료기기로 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법에 따른 제조 인증을 받아야 함이 법무상 명백하다“며 ”피고인들이 별도의 제조 인증을 받지 아니하고 의료기기인 교정장치용 레진을 제조·사용한 이상 의료기기법 위반죄를 구성한다고 봐야 하고, 설령 피고인들이 인증받은 원재료로 교정장치용 레진을 제조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아울러 의료기기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과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의료기기법 위반의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투명치과에서 근무한 이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일부 피해자들의 공소사실은 기각하고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제조·인증받지 않은 교정장치용 레진을 제조·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위험을 초래했고,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했다. 다만 의료기기법 위반죄의 경우 피고인이 그 위법성을 확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근로기준법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경우 피해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최저임금을 지급받거나 피고인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체불 임금 및 퇴직금을 면제받음으로써 상당 부분 피해 회복이 이뤄지기도 했다”는 양형이유를 들어 징역 1년에 벌금 100만원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선고를 모두 마친 재판부는 강 원장을 향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겨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결백하거나 떳떳하다고 해서 오늘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다. 의료인은 진료행위에 대해서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고, 그 진료행위에 대해서 기망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요건 충족을 필요로 하는데, 지금 수사된 내용만 가지고는 그것을 기망행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결코 피고인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거나 결백하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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