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고 7개월이 지났다. 이제 개정·강화된 의료법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편법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됐던 ‘불법 네트워크’에 대한 철퇴만이 남았다.
개정된 의료법을 다시 상기해보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으며,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2개 이상 다중 개설을 하고 있는 의료인은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매각 등 타인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정리해야 한다. 이 법을 어길 시 벌칙 조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소위 ‘사무장병원’은 정부서도 근절 대상으로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다. 그동안은 의료인이 타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진료행위 여부에 따라 위법성이 가려졌지만, 이제 어떠한 명목으로도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을 개설·운영할 수 있어 모호했던 의료법이 명확해 진 것은 사실이다.
1인1개소 원칙은 의료인 개설자의 지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운영에 대해서까지 그 범주를 명확히 했다. 설사 서류상으로 지분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인사권이나 경영권 등을 행사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다중 개설로 해설될 수 있어 이 또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형 피라미드치과로 불리는 일부 치과그룹들은 강화된 1인1개소법을 피해 편법으로 ‘몸통’ 숨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1인1개소법 강화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이나 유권해석을 내 놓지 않았던 보건복지부가 최근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임대해주고 그 수익금을 챙기는 행태는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의료인이 경영에만 참여하고 진료를 하지 않으면 된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새로운 판례가 나와야 만이 1인1개소법이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배금주 과장은 “대법원 판례가 의료인에게 다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판례라는 것은 특정 사안에 대한 결론일 뿐, 의료인의 지분 참여가 암묵적으로 관행처럼 허용돼 왔다면 이번 의료법 개정 이후에 진료행위를 하지 않는 개설자가 개입한 사안에 대해서는 판례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달 14일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공개 토론회에서 밝혔다.
물론 완전하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무장병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혐의점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에 의한 다수 의료기관 개설의 경우 내부 갈등 혹은 명확한 의료법 위반 행위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그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엠의 박종욱 변호사는 “1인1개소법 위반 여부는 결국 주변 의료기관 또는 내부 고발에 의해 사건화가 될 수 있고, 개설과 운영의 해석과 관련해 주도적인 지위 존부에 대한 논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률적인 판단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사안별로 다수개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8월, 현 시점에서 치과계 내부의 초미의 관심은 과연 ‘기업형 피라미드 치과들을 척결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UD치과 등 기업형 피라미드 치과들 간의 법정 싸움이 한창이다. 지역 치과의사회 또한 이 문제로 크고 작은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치협 김세영 회장에 덧씌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이 무혐의로 결론이 나고 그 밖에 지역치과의사회 또한 UD측이 제소한 건이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협에 씌운 멍에 또한 일부 혹은 전부 벗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본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해관계는 여전히 법원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식선에서 판단되어지고 지켜져야 할 의료질서가 법적인 해석과 용어들로 점철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치협 김철신 정책이사는 여러 공식석상을 통해 “이번 의료법 개정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 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원칙을 보다 명확하게 명문화한 것”이라며 “모든 것을 법적인 해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 의료정책은 모두 법조인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치과계는 최근 수년간 의료 영리화와 상업화가 가져올 폐단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자본에 의한 의료독점 현상이 의료인은 물론 국민의 건강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리 경험한 치과계는 1인1개소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를 더욱 철저하게 할 때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