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약의와의 인연

2025.04.25 14:52:30 2025SS

글·사진_신지연 원장(청담미치과)

필자가 치과계약의로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들었다. 치과계약의란 말이 생소한 분들도 계실듯하여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계약의(구. 촉탁의)란 노인복지법에 따라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노인요양시설 등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건강관리 등을 제공하는 의사를 의미하며, 예전에는 의사와 한의사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요양시설 입소자는 치과 내원이 어렵다보니 구강 내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전신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있어서 2016년부터는 치과의사도 계약의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필자는 2016년 학교 선배님의 권유로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일을 처음 시작하였는데, 2017년부터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임원들이 여성과총 사업의 일환으로 송파 노인전문요양원과 남양주 에덴노인요양센터 요양보호사 교육 및 입소자들의 구강 관리, 스켈링, 의치 수리 등을 몇 분씩 분담하여 봉사를 진행하였다. 그 당시 필자는 송파에 비해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했던 남양주 에덴에 진료 가는 걸로 자원하였다. 거리가 멀긴 하였지만 어르신들의 구강건강 유지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 및 간단 치료를 해드리던 중, 에덴노인요양센터측에서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임원 중 한명을 치과 계약의로 방문해 주기를 부탁하였다. 그 당시 대한여성치과의사회 회장님이셨던 박인임 회장님께서 적임자를 찾던 중 필자에게 제안을 해주셨는데, 오랜 기간 1인 개원의로서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보람도 있을 것 같아 치과 계약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치과계약의사의 활동으로는 구강검진 및 전문가 구강위생관리, 틀니 조정 및 관리법 지도, 연조직 병소 및 염증 처치, 구취 관리 및 구강 건조증 처치, 섭식연하지도, 간단처치 및 투약 등이 있다. 적극적인 치료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 필자는 검진 및 주소 해결 위주로 계약의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2017년 10월 25일 치과계약의 활동을 처음 시작한 이후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요양시설에는 치매나 인지장애로 입소하신 어르신들이 대다수인데, 치매 증상이 무척 다양하다. 어떤 어르신들은 계약의활동에 협조도 잘 해주시고,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챙겨주시는 등 반갑게 맞아주시는 반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 때리려고 하거나, 침을 뱉고, 급기야는 물릴뻔 한 적도 있어서 계약의 활동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주의하시도록 당부 드리고 싶다.

 

치매 어르신들은 새로운 사람이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므로 익숙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치료해야하며, 칫솔교환이나 의치수리 시 사실오인이나 도난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진료를 거부한다면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접근하여 진료를 해야 한다.

 

 

이제 치과계약의 활동 8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계약의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던 덕분에 입소 어르신들의 구강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 치과계약의 활동도 수개월 중단되었으나, 보호자 면회도 안 되고 치과 내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나마 계약의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통증 및 불편함을 덜어드렸다는 점에서 보람도 느낀다.

 

한편, 필자 자신이 7년 이상 치과계약의로 활동을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어 이 또한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11월 24일에는 “식사는 하셔야죠” 국회 공청회의 패널로 참여하여 ‘치과 계약의사제도의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계약의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였으며, 2024년 8월에는 오랜 기간 노인 복지향상에 기여한 공으로 남양주시의회 의장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의장상 후보로 필자를 추천해주시고, 요양시설에 방문할 때마다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 정현철 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같은 장소에서 오래 개원하다보면 환자분이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느덧 요양시설 어르신들에게도 정이 들었나보다. 어르신이 안 보이면 궁금하고 소식을 묻게 된다. 방에서 화초를 예쁘게 키우는 고운 어르신도 계시고, 소일거리로 흰 콩, 검은 콩을 일부러 섞어서 젓가락이나 손가락으로 같은 색 콩만 골라내는 전직 선생님이셨던 인텔리^^ 어르신도 계신다. 아무쪼록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라며, 필자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어르신들의 구강건강 및 구강관리를 책임져 드리고 싶다.

 

끝으로, 치과 계약의 활동을 늘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시는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장소희 회장님, 김수진 수석부회장님 및 임원들께 감사드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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