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격변의 치과계, 밑둥부터 균열 우려

2025.10.24 08:28:43 제1134호

양영태 논설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이 얼마 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자리를 비우게 됐다. 임기 6개월 반을 남기고 일어난 일이다. 협회장이 임기 도중에 집행부의 선거운동 문제로 인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일은 치과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협회장이 직무 도중 직무집행정지를 당한 것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두 번째다. 그중 한번은 2017년 첫 회원 직선제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명부 관리 부실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재선거가 이뤄진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협회장의 책임에 따른 직무정지는 아니었다. 따라서 2018년 재선거를 치를 당시의 협회장 직무정지와 이번은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선출직 집행부의 책임 여부 문제로 직무정지를 당한 것은 최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1심 판결에 근거한 직무정지가 곧 선거운동의 불법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 불법 여부는 보류해야 하겠지만 일단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직무정지는 피할 수 없기는 하다.

 

회무는 정관에 의해 가장 연장자인 보험부회장이 맡았다. 보험부회장이 협회장 직무대행을 한 것도 두 번째다. 비록 직무대행 체제이긴 하지만 보험부회장은 오랫동안 협회 업무를 해 왔기에 협회장 직무대행으로서 차기 집행부가 선출되기까지 노련하게 운영을 잘해나가리라 믿는다.

 

필자가 이번 당선무효 사건을 보면서 주목해 왔던 것은 선거운동 당시의 크고 작은 부적절한 선거운동 자체가 아니라 당선무효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치과계의 큰 균열이었다. 선거운동 때의 크고 작은 선거관리규정 위반 사례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후보에게서 적잖은 문제가 노출된 것은 사실이다. 후보들 간 고발이 빗발쳤고, 선관위는 하루가 멀다하고 경고를 내렸지만, 이는 직선제 이후 더 격해지고 있는 선거가 빚어낸 결과물일 뿐 그다지 심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보았다.

 

선거 이후 패자의 당선무효 소송도 예전에는 없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일상화된 듯한 것은 격해진 선거운동의 후폭풍이 아닌가 한다. 과거 간선제에서는 모두 일면식이 있는 200여명의 대의원들이 선택한 결과이기에 회의감은 있을지언정 당선무효를 외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선제 이후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영향력이 지연·학연 말고도 한두 가지의 치명적인 선거운동에서도 비롯될 수 있기에 이로 인한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선거운동의 부작용 역시 치과계 지성으로 점차 개선되어 갈 수 있는 여지를 주기에 그다지 큰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물론 이 문제들을 사소하게 생각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단체, 어느 선거에도 일어날 수 있는 범주이기에 걱정은 되지만 치유해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치과계에 있다고 보는 것뿐이다.

 

실상 필자가 우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은 치과계 분열 양상 속에서 굳건히 치과계를 지탱해 주어야 할 어른들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이 있더라도 치과계가 중심을 잡았던 것은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저런 일에 일일이 참견해 분쟁을 줄인다는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자정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어떠한가. 어른들이 나서서 분열을 봉합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속화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이번 사건에서도 소송이 진행되면서 일부 극소수 치협 고문들이 한쪽 편에 힘을 실어주며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일부 전임 의장단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현 집행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치과계 밑둥이 균열돼 치과계 전체를 썩어가게 하는 현상을 보는 듯해 그저 참담한 심정이었다.

 

어른은 치과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리보다 모두를 보듬는 자리여야 한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치과계 전체를 아우르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치과계 전체가 건강해진다. 극히 개인적인 판단보다 치과계 중심 역할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점을 잊으면 치과계는 두 조각, 세 조각으로 분열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갈등과 분쟁으로 치닫는 치과계에서 중심을 가지고 치과계를 굳건히 지켜주는 어른이 진정 필요한 시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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