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집행부가 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회무를 이어온 지도 3개월여가 흘렀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최대 행복의 원리)’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현실정치에도 직접 뛰어들었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사상과 선언을 토대로 우리 치과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갈 힌트를 얻고자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명언 “확신(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해관계(관심)만 가진 99명과 맞먹는 사회적 힘을 가진다(One person with a belief is a social power equal to ninety-nine who have only interests)”는 그의 저서인 ‘대의정치론(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 1861년)’에 등장한다. 단순한 처세술이나 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한 경구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사회적 무관심을 경고하고, 여론과 사상이 역사를 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온 정치철학적 선언이다.
밀이 ‘대의정치론’을 집필하던 19세기 중반 영국은 선거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대중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격변기였다. 권력이 소수의 귀족에서 대중에게로 이동하면서, 정치가 공공의 가치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Interests)’에 따라 흔들릴 위험도 커지고 있었다.
당시 일부 학자들은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물질적 조건이나 권력 구조 때문이지, 인간의 생각이나 의견 따위는 역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역사적 결정론을 주장했다. 밀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며, ‘인간의 사상과 여론(opinion)이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활력’임을 주장하기 위해 이 문장을 썼는데, 권력자보다 강한 여론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여론 그 자체가 가장 거대한 사회적 활력 중 하나”라는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밀이 말하는 ‘이해관계(interests)’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말하는 반면 ‘신념(belief)’은 도덕적 확신과 공공의 선을 향한 능동적인 의지다. 99명이 각자 눈앞의 이익이나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을 때, 확고한 신념을 가진 단 한 사람이 나타나 논리와 진리로 대중을 설득하면 그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밀은 양적 계산에만 치우친 벤담식 공리주의를 넘어, 쾌락과 행복의 질적 차이를 강조한 ‘질적 공리주의’를 주창했다. 단순히 표의 수나 이익의 합계라는 숫자에만 집착하는 것은 사회를 하향 평준화할 뿐이며, 도덕적 진보와 공공선이라는 ‘고차원적 가치’를 지향하는 신념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 공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강조한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샌델은 개인의 권리와 도덕적 가치를 단순히 숫자로 합산할 수 없으며, 공동체의 정의는 단순한 다수의 이익 계산이 아닌 ‘공동선에 대한 치열한 도덕적 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밀과 현대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핵심은 ‘소수의 의견이라도 진리와 도덕적 확신에 기반해 있다면 결코 다수의 힘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수의 정당한 목소리가 존중받고 보장될 때 비로소 사회는 맹목적인 ‘다수의 독재’나 ‘표류’에서 벗어나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밀의 선언대로, “이건 잘못되었다”라는 확고한 도덕적 신념을 가진 한 사람, 혹은 극소수의 외침으로 무관심한 99명의 방관자들을 일깨웠기 때문에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획득 등 인류의 보편적인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대한민국 치과계도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이해관계의 집합이어서는 안 된다. 다수의 침묵이나 이기적인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올바른 신념을 가진 개인들이 목소리를 내며 이를 토대로 회원들의 걱정과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리주의가 읊어내는 ‘만족한 돼지’도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도 아니다. 아침이면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고, 평범하게 치과와 가정을 지켜내고자 하는 평화롭고 소소한 행복이다. 치과계의 행복과 번영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