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치과계의 공정과 감사의 책무: 회원 개인정보 관련 1심 판결과 ‘이해상충’ 문제를 보며

2026.09.11 08:41:33 제1175호

이재용 논설위원

치과계의 백년대계를 이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가장 강력한 힘은 3만 회원들이 납부한 신성한 회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집행부의 도덕적 정당성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성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감사(監査)’의 직책은 치협의 상식과 도덕적 최후 보루이기에, 감사에게는 일반 임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엄격한 자기 절제가 요구된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판결 소식과 이에 따른 치협 내부의 갈등 양상은 과연 우리 치과계의 공정과 도덕성이 올바른 궤도 위에 서 있는지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최근 치과계 전문지 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치협 제33대 회장단 선거 당시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모 치과전문지가 보유한 약 2만 명의 회원 이메일을 당사자 동의 없이 선거 홍보물 전송에 무단 이용하도록 공모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현직 모 감사(당시 총무이사)에게 벌금 700만원의 1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현직 감사가 대규모 개인정보 무단 이용 공모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은 감사의 신뢰성과 정당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법률적 최종 확정 여부를 떠나, 1심 유죄 판결 자체만으로도 전체 회원들에게 무겁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책임 있는 공인의 도리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당사자가 현재 감사의 지위에서 현 집행부의 모든 회무와 결정을 이른바 ‘불법’과 ‘배임’으로 지적하며 극단적인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행정법과 감사 제도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과 ‘감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감사가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이번 형사 재판에서, 그의 개인정보 무단 이용 공모 혐의를 고발하고 법정에 서서 유죄의 근거가 된 증언을 했던 핵심 인물들이 다름 아닌 현 집행부와 관련한 주요 관계자들이라는 사실은 치과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감사를 수행하는 주체와 피감사 대상 사이에 직접적인 사법적 대립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판결이 내려지도록 법정 증언을 한 피감사자들을 상대로, 감사가 과연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감사권은 사적 이해관계나 개인적인 갈등 속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이해상충의 소지를 선제적으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그 감사의 결과물 역시 정당성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감사 제도는 사단법인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약(藥)’이어야 하지, 단체의 숨통을 끊어놓는 ‘독(毒)’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치과계는 비급여 진료비 통제 정책 대응, 의료기사법 개정 강행 저지, 개원가의 만성적인 구인난 해결 등 회원들의 생존권이 걸린 엄중한 대외적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 이러한 비상시국에 이해상충 우려를 받는 감사권 행사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인해 치협 행정이 정체되는 사태는 결국 3만 회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과 감사단은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째, 해당 감사는 개인정보 무단 이용 1심 판결의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결자해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본인을 선출해 준 대의원들과 회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다.

 

둘째, 직무 수행을 지속하더라도 최소한 직접적인 사법적 대립 관계가 존재하는 현 집행부 대상의 감사 업무에 대해서는 스스로 ‘제척(기피)’을 신청해야 한다.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이사회와 감사단은 회원들의 공익과 감사의 정당성 수호를 위해 해당 감사의 업무 배제를 결의하는 적법한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셋째, 감사단 내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정상화되어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다른 감사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활발히 개진해야 한다. 사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치협의 공적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구태는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잃어버린 도덕성과 상식을 회복하여 오직 회원의 민생만을 위해 복무하는 치과계로 거듭나기를 간곡히 염원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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