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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자녀와 심리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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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755)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아이들의 싸움이 있었다. 교사가 아이들을 화해시키고 서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자 한 아이가 이를 거부하고 교사를 폭행했다.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했고, 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얼핏 보면 단순히 아이의 성격이나 부모의 성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개인적인 성향을 넘어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해 감정을 이입시킨 것으로, 간섭이 아닌 지배의 형태로 생긴 문제로 보인다. 근래 부모가 자살을 선택하기 전에 아이들을 먼저 죽이는 일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런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부모가 분리되지 못한 자아로 인해 아이의 수치를 자신의 수치로 생각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은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심리적 구조의 일부로 생각하는 현상을 ‘자기대상(Self-object)’이라고 정의했다.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 돼야 하지만, 부모가 도리어 아이를 자신의 거울로 삼는 경우다. 교사가 아이에게 사과를 요구했을 때, 부모가 아동학대로 고소한 심리의 밑바닥에는 강렬한 수치심이 자리 잡고 있다. 부모는 아이 잘못을 아이의 독립된 행위로 보지 않는다. 아이가 굴복하는 것은 곧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한다. 교사의 교육적 훈육을 부모에 대한 공격으로 인지하고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비대해진 자아를 방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간섭을 넘어선 지배다. 심리적 잠식의 메커니즘으로 흔히 지나친 사랑이나 과잉보호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심리적 지배다.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연장선으로 볼 때, 자식의 개별적인 인격과 의사는 무시되다가 사라진다. 이렇게 지배된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주체가 아닌 부모의 결핍을 메우거나 꿈을 대신 실현해 줄 도구로 전락한다. 부모가 교사를 공격하며 아이의 잘못을 덮어주는 행위는 아이의 도덕적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부모라는 성벽 안에 가두게 된다. 부모가 만든 성 안에서 아이는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부모의 정서적 노예로 성장하게 된다.

 

세 번째는 심리적 융합이다. 최근 발생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이러한 심리적 융합의 극단적인 형태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소유물에 대한 처분에 가깝다. 부모는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살 수 없다” 혹은 “내 인생이 끝났으니 앞으로 이 아이의 인생은 불행할거야”라는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힌다. 이런 생각은 부모가 아이를 독립된 생명권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아이를 함께 데려가는 것을 삶의 마지막 정리 중의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는 깊은 병리적 우울과 결합된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이 발현된 형태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형태가 되는 것도 그들 또한 부모로부터 대물림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성숙의 대물림으로 대개 자신의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자신이 받지 못한 무조건적인 편들기를 자녀에게 투사함으로써 보상받으려는 심리다. 하지만 부모의 이런 행동은 학교와 같은 공적인 시스템과 충돌을 야기하고, 결국엔 자식이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뿌리 내리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길은 부모라도 자식과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적 상식과 윤리로 도덕적 경계를 만들고, 심리적 거리 사이는 사랑으로 유지하면 된다.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자식과 건강한 도덕·심리적 경계선을 긋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도 자아의 결핍을 채워줄 도구도 아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적절한 수치심을 느끼고 사과하게 하는 것이 아이를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첫걸음이다.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가장 위험하다. 가족 혹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심리적 잠식과 지배를 스스로 경계하고, 자식을 독립된 객체로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런 자녀와 적절한 심리적 거리 유지하기 문화를 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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