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길을 가던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자에게 무동기(묻지마) 살인을 당했다. 잡힌 범인은 사는 게 재미없어서 자살을 하려다가 범행을 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황당하고 참담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2023년 분당 서현역 백화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사건과도 유사하다. 심리학적으로 반사회적 성격장애 혹은 정신의학적으로 조현병일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것은 전문가가 심도 있게 판단할 것이다.
만약 “어떤 음성이 범행을 지시했다”는 환청이나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는 망상 등에 의해 범행했다면 조현병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범인 진술대로 사는 게 재미없어서 자살하려다가 범행을 하게 되었다면 반사회적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생명을 자신의 감정 해소 도구로 사용한 행태로 전형적인 특징이다. 죄책감 결여 등으로 사회적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희박하며,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입힐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충동성과 자극 추구 경향이 강하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진술은 극심한 허무주의 뒤에 숨겨진 자극 추구 성향을 드러낸다. 일상의 무료함을 타파하기 위해 극단적인 폭력을 선택하는 것으로 정서적 조절 능력이 완전히 붕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칼 메닝거는 “살인은 굴절된 자살이며, 자살은 굴절된 살인이다”라 했다. 자살의 외향화로 자신에게 향하는 죽음 에너지를 외부로 돌린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을 타인에게 돌리며 무고한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강자라는 잘못된 유능감을 느끼려는 심리다. 분당 서현역 흉기 사건 범인 역시 피해의식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불특정 다수를 공격했다. “나만 불행할 수 없다”는 보복성 심리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가 없어서”가 동기라면, 이는 사고의 장애보다는 정서적 무감각과 도덕적 지능의 결손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일 가능성도 있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난 기질로 충동적이고 감정 조절이 불가능한 유전적 기형이고, 소시오패스는 성장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지며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계산적으로 악용하는 사회적 기형이다. 이들은 치료의 대상이 아닌 엄중한 처벌과 격리가 필요한 범죄 심리다. 이 또한 전문가의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와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동기 범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유대감의 완전한 단절이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거부당했다고 느끼고 세상 전체를 적으로 규정한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은 가장 약한 대상(어린이, 노인, 작은 여성)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비겁하고 비인간적인 선택이다. 아마도 범행시간이 0시 11분이어서 귀가하던 여고생이 대상이 된듯하다.
이 외에도 급격한 산업화, 기술 발달,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사회 규범이 붕괴하거나 약화되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아노미 상태)를 생각해볼 수도 있으나 지금 우리 사회를 그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고립되며 가치관이 붕괴돼 스스로 그런 혼란한 상태로 인식할 수 있다. 극단적인 개별화된 파편화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현실 세계와 소통이 단절된 채 온라인상의 왜곡된 정보나 혐오 정서에 매몰되어 개인의 피해의식을 극대화하여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 증오로 표출한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을 한 미친 사람의 소행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정신건강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고립되어 발견되지 않은 불모지가 있으며, 그들이 정신·심리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음을 의미한다.
범인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며, 동시에 범죄 프로파일링을 통해 심리적 전조 증상을 데이터화해야 한다. 더불어 고립된 개인들이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 전에 사회 체계 안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 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러한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심리적, 사회적 차원의 다각도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