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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과도한 맞춤 요구와 거부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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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최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맞춤형 요구는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튀김옷을 1cm로 맞춰 주세요, 아니면 안 먹겠습니다”라는 식의 주문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특정 치수나 품질을 조건으로 삼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부하거나 별점 테러를 하겠다는 식의 요구는 요청이 아니라 조건부 수락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유사한 사례는 다양하다. “김밥의 단무지는 정확히 3개만 넣어 달라”, “짜장면의 면은 80g으로 맞추고 소스는 따로 담아달라”, “커피는 62도에서 제공하라”, “피자는 정확히 8등분이 아닌 7등분으로 잘라달라”와 같은 주문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상당한 추가 노동이나 품질 저하를 수반하고, 일부는 아예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렵다. 특히 음식은 공정과 표준화가 중요한데, 이러한 요구는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구분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종교적 이유, 건강상의 제한 등은 합리적 배려를 요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재료를 빼달라는 요청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조리 공정 자체를 변경하거나, 측정 단위를 강제하는 요구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권리의 영역을 넘어, 식당의 영업 자유와 작업 환경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음식점은 주문서에 이러한 비현실적 조건이 포함된 경우, 고객에게 전화로 확인한 뒤 주문을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는 법적으로도 정당한 행위로 해석된다. 계약은 상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한쪽이 이행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조건을 강요할 경우 계약 성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의료 영역, 특히 치과진료에서 나타나는 경우 더욱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취는 전혀 아프지 않게 해달라”, “신경치료를 한 번에 끝내 달라”, “보철물은 특정 형태로 완벽히 맞춰 달라”와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들은 흔하게 접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본 방법으로만 치료해 달라”는 식의 요구는 전문적인 의료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치과에서는 진료거부 금지 원칙이 존재한다. 이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모든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학적으로 부적절하거나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요구, 혹은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설명과 설득을 통해 치료 방침을 조정하거나, 필요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거부가 아니라 적절한 진료 범위 내에서의 선택이 핵심이다.

 

현장에서 치과의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이러한 요구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조건부 진료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환자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불만을 제기하거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의료의 본질이 서비스이면서도 동시에 전문적 판단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긴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과 취향에 대해 요구할 권리가 있지만, 그것이 전문가의 전문성과 현실적 한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의료인 역시 일방적 거부가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과도한 맞춤 요구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상식적인 것과 비상적인 것을 구분하는 사회적 합의가 더욱 필요하다. 만약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자주 문제가 되어서 그것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나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점점 건강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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