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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이해는 되지만, 안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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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논설위원

치과계에 직선제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전체 회원의 뜻을 모으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대 첫 직선제부터 최근 치러진 제34대 선거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게도 매 선거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과 가처분, 당선 무효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다른 인물이 후보로 나와도 비슷한 패턴의 갈등이 이어진다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무언가 시스템적인 문제 내지는 구조적 한계임을 시사한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 협상 사례를 참고해보자. 기술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본다면, 이런 협상에서 대표는 일종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하는 ‘연극성’의 요소가 있다. 현대차나 삼성전자 정도 되는 사이즈의 노사 교섭은 파업 직전의 극단적 대치 상황까지 가다가 마지막 날 새벽에야 극적 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초기에 아무리 합리적인 조건이 제시되더라도 노측 대표든, 사측 대표든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사측은 주주를 이해시켜야 하고, 노측은 조합원을 납득시켜야 한다. ‘너무 다 퍼준거 아닌가?’ ‘싸워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수긍한거 아닌가?’ 라는 질문은 협상 대표들을 위태롭게 만든다. 결국 치열하게 대립하는 과정을 충분히 보여주어야만 각자 내부를 설득하고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막말로 그 과정에서 정말 뭐라도 하나 더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낙선한 캠프는 패배의 책임과 조직의 와해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깨끗한 승복’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 - 이를테면 규정의 모호함이나 절차적 아쉬움을 소송으로 제기하게 되면, 패배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고, 지지층을 추스르고 결집시켜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누가 그 자리에 서게 된다 한들, 이걸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든다.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면서 매 선거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오히려 개별 사안의 디테일에 함몰될 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언젠가 다음 선거에서는 깔끔한 승복으로 끝날 거라고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미 그 동안 불복을 해오는 경험이 이미 쌓였기 때문이다. 꾹 참고 승복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기려면 ‘고상함’이나 ‘전통의 무게’가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우리에게 없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피해가 오롯이 일반 회원들에게 향한다는 점이다. 최근 ‘의기법 개정안’을 비롯한 정치적 사안들이 끊임없이 터지는 가운데, 덤핑치과 문제, 보조인력 구인난 해결 등 치과계 권익 보호와 개원가의 생존이 걸린 시급한 현안들이 이미 지난 회기부터 밀려 있다.

 

이제는 이러한 소모적인 갈등을 넘어설 수 있도록, 갈등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향으로 선거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족한 머리를 쥐어싸맨 끝에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본다. 일단 극단적인 형태의 포지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를 정해서는 회색지대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엇, 무엇만 할 것’으로 정해야 일이 깔끔해진다. 그러면서 만인에 의한 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방을 실시간으로 돌린다. 그리고 투표 전날 하루 정도는 일체의 온,오프라인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그 동안의 신고를 바탕으로 후보자격을 최종 승인하는 것이다. 이 판단을 위해서 선거관리위원회를 외부에게 외주를 주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

 

이제 어떤 후보가 백마타고 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이 소모적인 연극의 관람료를 무대 아래의 일반 회원들이 강제로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매일 진료실에서 묵묵히 본업에 충실한 이들에게 최소한 이보다는 더 나은 쇼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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