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昨今)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또다시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가고 있다. 직선제 도입 이후 소송이 끊이지 않은 치협이지만, 회장단이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당선인 신분으로 직무가 정지된 건 초유의 사태다. 치협은 또 한 번 혼란에 휩싸여 있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회원과 치과계를 대표하는 회무는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기 시작 하루 전인 지난 4월 30일 회장 당선인과 부회장 당선인 3인의 직무가 정지됐고, 치협 34대 집행부는 직무가 정지된 선출직 회장단을 제외한 임원 중심으로 임시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4월 25일 신임 집행부 임원 33인의 명단을 대의원총회에 제출해 승인받았다. 그러나 정작 회원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회장단은 회무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회원을 대표해 대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치협 ‘회장’과 ‘회장 직무대행’의 대외적 위상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당장 산적해 있는 치과계 현안이 너무나 시급한데 속이 타들어 가는 회원에게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무엇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 자체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2026년 5월 대한민국은 ‘사과(謝過)’라는 말로 들썩였다.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모 커피 브랜드는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이름은 ‘탱크데이’. 홍보 문구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1987년 경찰은 박종철 열사 사건에 대해 이렇게 발표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역사의 거짓말과 너무나 닮은 문장이었다. 대중은 분노했다. 이미 깨진 신뢰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회장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진정한 사과는 단순히 ‘미안하다’라는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매사추세츠의대 학장을 지낸 사회심리학자이자 ‘사과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아론 라자르’는 저서 ‘사과에 대하여(On Apology)’에서 사과는 신뢰 회복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1,000여 건의 사과 사례와 임상 경험을 통해 사과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사과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장 심오한 상호작용이라고 말하면서, 이 단순한 행위에 따르는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사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과는 왜 생각보다 어려울까? 어떤 사과는 관계를 치유하는 데 반해 어떤 사과는 실패에 이를까? 사과는 언제 해야 할까?
아론 라자르는 부끄러움, 죄책감, 굴욕, 사과를 꺼리는 마음, 사과라는 행위의 단순함 등을 통해 사과에 대해 말한다. 나아가 개인을 넘어 집단과 국가 사이의 사례를 통해 집단과 국제 갈등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지금 당장 사과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치협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모든 이는 회원과 치과계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의 법칙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회원은 분노하고 그 분노는 불신으로 굳어지게 마련이니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사실이 공개되기 전, 초기 단계의 사과가 훨씬 더 회원에게 진정성이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과에는 변명을 섞지 말라는 것이다. 회원이 듣고 싶은 사과는 “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나”가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고치겠다”는 것이다. 해명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회원과 치과계 전체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해 먼저, 진정한 사과를 하는 사람이 누구일지 회원은 지켜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