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2021년 7월 2일, 유엔(UN) 총회 산하 상설 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한국 지위를 개발도상국그룹에서 선진국그룹으로 격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 후 반도체, 군수, 선박 등 첨단 산업은 물론이고 K-뷰티, K-팝, K-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눈부시게 발전했다. 심지어 라면, 김밥, 김과 같은 지극히 서민적인 먹거리 문화까지 수출이 호황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지구촌에 널리 알려진 시대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교육이다. 문맹률이 최저이고, 교육 열기가 최고인 나라에서 교육현장은 붕괴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참교육’이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전권을 위임받은 감독관이 등장하여 학교폭력 가해자와 악성 학부모들을 거침없이 단죄하는 내용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지만,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 인기는 지금 우리 학교 현장이 얼마나 깊게 병들어 있는지를 반증한다. 게다가 정작 학교 현장에서 들려오는 실제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이고 기이하다.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중학교의 민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체험학습 장소까지 혼자 이동해야 했다며 학교에 거세게 항의하고 택시비를 청구했다. 내용을 보면, 학생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미리 편성된 조원들과 함께 출발하지 못했다. 결국 혼자 택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했으니 학교가 그 택시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부모는 “우리아이가 ADHD를 앓고 있어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데, 담임교사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지각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며 적반하장 논리를 펼쳤다. 교사는 행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무리지어 이동할 수 있도록 조까지 짜주었다. 개인적 게으름으로 인한 지각과 부모가 깨우지 않은 돌봄 공백을 학교 책임으로 전가하는 황당하고 괴이한 민원 폭탄이다. 이러한 진상 학부모 사례는 비단 이 학교만의 비극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 교실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 이기주의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친구를 때리는 아이를 제지하며, “그만해, 자리에 앉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부모는 “선생님의 고압적인 말투 때문에 아이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밤에 잠을 자지 못 한다”며 교사의 직위해제를 요구했다. 아이 폭력성보다 교사 훈육 한마디에 더 분노하는 본말전도 풍경이다. 학교 청소나 급식 배식에 대한 불만도 단골 민원 메뉴다. “내 아이는 귀하게 자라서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걸레질을 할 수 없으니 청소 구역에서 빼 달라”는 요구부터, “아이가 고기를 좋아하니 고기반찬을 더 많이 배식해 달라”, “우리 애가 싫어하는 채소를 억지로 먹이지 말라”는 식의 생떼가 매일같이 담임교사에게 전화와 문자로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왜 우리 아이 알림장에 찍힌 도장 개수가 짝꿍보다 적냐”며 칭찬의 공정성을 따져 묻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언제나 ‘내 아이의 인권’과 ‘소비자로서의 권리’다. 교육을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사적 서비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성적을 받으러 간다. 교사는 존경과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성적 처리하는 직원일 뿐이다. 그러나 그 부모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선진국에 들어온 것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세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상식이 소멸되고 기이하고 이상한 교육 행태가 지속된다면, 지금 누리는 풍요로운 선진국 바벨탑은 다음 세대를 길러내지 못하고 교육과 함께 가장 먼저 무너질 것이다.
교육이 무너진 나라는 미래가 없다.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의 교육이 부디 정상화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