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유튜브에서는 발치 안 해도 된다는데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니까 다른 치과는 훨씬 싸던데, 혹시 과잉진료 아닌가요?”
치과의사로 오래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충분한 검사와 임상 경험, 디테일한 설명을 거쳐 치료 계획을 제시했음에도 인터넷 검색 결과나 주변 사람들의 말이 더 신뢰를 얻는다. 혹은 대화 몇 줄로 얻은 챗gpt의 답변이 십수 년간의 임상 경험보다 더 전문적인 의견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그 순간들.
물론 당연하게도, 모든 환자가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과의사를 신뢰한다. 치료 과정을 믿고 따라오며, 협조적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진료를 하다 보면 상식과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의학적 한계 때문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료의 주의 사항과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례함에 당황한다. 근거 없는 의심과 비난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가끔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날카롭게 각을 세우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그런 날이면 하루 종일 기운이 다 빠져 이 직업 자체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사실 이런 상황들,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장면들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힘든 날이면 늘 한 권의 책을 떠올린다. 바로 2천 년 전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책, <명상록>이다.
“어떤 사람이 뻔뻔스러운 짓을 저질러 화가 날 때마다 너 자신에게 자문해 보라. 이 세상에 뻔뻔스러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의 대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 뻔뻔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기를 바라거나 비 오는 날 우산 없이도 젖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문제는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누가 잘못을 저지르는가. 그 잘못은 그에게 있다. 너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그 사람의 몫일 뿐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것이 있고, 그는 거기에 따라 그 일을 한 것이다.”
때로는 모든 일이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리고 심지어 힘든 일, 힘든 환자는 종종 한 번에 몰려온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우리는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내 잘못인가. 역시 내가 잘못된 건가. 내가 다르게 행동했어야 했던 건가. 이렇게 자책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면 로마 황제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일이다. 뻔뻔한 사람에게 뻔뻔하지 않게 행동하길 바라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러니 힘든 날에는 <명상록>을 한 번 읽어보자. 이 책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치과의사로서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 것인지를 가르쳐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