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이 좋은 사람에게 은총을 더 빨리 주신다’는 글귀를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주보에서 본 적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환자의 긍정적인 반응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치료의 질과 안전성에 기여한다는 연구와 심리학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심리학과 의학계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협력 관계를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환자가 감사 인사를 하거나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더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즉, 환자의 리액션이 의사에게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는 의사의 번아웃(burnout)을 방지하고 진료의 세심함을 높이는 선순환의 연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과학적 실체는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캡척(Ted Kaptchuk) 교수 연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의 세계적 권위자로, 특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히 위약을 처방하는 것을 넘어, 의료진이 환자의 눈을 맞추고 질문에 경청하며 따뜻한 공감을 표하는 강화된 상호작용(augmented interaction)을 제공했을 때, 환자들의 증상 완화 수치는 일반적인 약물 치료군보다 월등히 높았다.
캡척 교수는 이를 ‘대인 관계 효과(interpersonal effect)’라 명명했다. 환자의 긍정적인 리액션과 의료진의 따뜻한 태도가 결합될 때 뇌 내에서는 통증을 조절하는 엔돌핀과 도파민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환자의 선한 반응이 의사의 집중력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치유 기전까지 활성화하는 ‘생물학적 사건’을 일으키는 셈이다.
따라서 환자가 좋은 리액션을 보일 때, 단순히 “감사합니다”라고 끝내기보다 “환자분께서 잘 협조해 주시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셔서 저도 더 힘이 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공(功)을 환자에게 돌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positive feedback)의 순환은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반응이 치료 성과에 직결된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하며, 이는 곧 더 높은 순응도(compliance)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이상적인 상호 존중의 관계는 ‘라포(Rapport)의 심화’로 해석할 수 있다. 라포(rapport)는 프랑스어로 ‘관계’를 뜻하지만 치의학적 측면에서는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신뢰, 이해, 공감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특별한 연결고리를 의미한다. 좁은 구강 내에서 날카로운 기구를 다루는 치과 진료의 특성상, 이 심리적 연결고리는 시술의 정확도와 환자의 통증 민감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성경 루카 복음 17장에 나오는 ‘열 명의 한센인 이야기’는 이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치유를 받은 후 돌아와 감사를 표한 단 한 명에게 예수님께서는 육체적 치유를 넘어 ‘구원’이라는 더 큰 은총을 선언하신다는 내용이다. 우리 역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되, 감사할 줄 아는 선한 환자를 통해 얻은 정신적 보람(spirituality in dentistry)을 다른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임상에 매진하다 보니 소통에 있어 수줍음을 타는 경향이 있다. 환자분이 정성껏 감사 인사를 할 때, “환자분의 격려 한 마디가 오늘 저희 의료진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라고 화답하거나, 힘든 치료 과정을 잘 견뎌주었을 때, “정말 고생하셨어요. 리액션을 잘 해주셔서 제가 치료 속도를 조절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고 말해보자. 의료진의 동기 부여와 소통의 가치를 확인해 주는 이 짧은 멘트가 튼튼한 라포(rapport)의 초석이 될 것이다.
필자가 21년 동안 개원하고 있는 치과에도 진료 중 짧은 틈새를 이용해 선한 리액션을 날려 주시는 감사한 환자분들이 계신다.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원장이 아니라, 환자의 작은 반응에도 미소로 화답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순환시킬 줄 아는 ‘스마트한 임상가’의 모습을 그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