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진료거부가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크게 의료인, 의료기관(시설·인력), 환자 등 세 범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약 9가지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선 치과의원에서 실제로 문제 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 ②예약환자의 진료 일정으로 인해 당일 내원한 환자에게 다른 의료기관 이용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경우 ③해당 치과의사가 다른 전문과목의 영역이거나 고난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④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을 따를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거나 의료인의 양심 또는 전문적 판단에 반하는 치료를 요구하여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 ⑤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인에게 모욕, 명예훼손, 폭행 또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경우 ⑥과거의 모욕, 명예훼손, 폭행 또는 업무방해 등의 전력이 있어 의료인이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즉시 진료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반면, 단순히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법과 관련 제도 역시 꾸준히 변화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의료법 개정이다. 종전에는 진료거부금지의무의 주체가 ‘의료인’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개정 의료법은 이를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로 확대했다. 이는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뿐 아니라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대표원장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환자의 의료접근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의료인의 권익 보호 역시 함께 강화됐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9월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앞서 살펴본 ⑤와 ⑥의 사유를 새롭게 추가했다. 의료인이 환자의 폭행, 협박, 업무방해 등 위법행위로부터 의료인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진료거부가 허용되는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법령과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주치의이자 의료기관 개설자인 치과의사는 환자를 더욱 신중하게 응대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처럼,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원장이 직접 환자에게 진료가 어려운 사유를 설명하고 전원(refer)의 필요성 등 적절한 대안을 안내하는 것과, 환자가 원장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일방적인 설명만 듣는 것은 법적·감정적으로 매우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2016년 의료법 개정으로 진료거부금지의무의 주체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까지 확대된 이상, 여러 명의 치과의사가 함께 근무하는 대형 치과라면 대표원장이 이러한 상황을 직접 관리하고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녹음과 녹취가 일상화된 오늘날에는 의료인과 환자의 대화 하나하나가 훗날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환자를 배려하며 충분히 설명하고 성실하게 응대한 기록과 대화는 의료인을 보호하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순간의 감정적인 언행이나 부적절한 표현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진료거부와 관련해 의료인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은 법률지식만이 아니라, 환자를 존중하는 태도와 신중한 소통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