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한 코미디언이 미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월드컵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한국인 기술자들 추방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은 있어왔다.
1492년, 스페인에서 알람브라 칙령(유대인 추방령)이 있었다.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며 국토회복운동을 완성한 스페인 왕정은 가톨릭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원했다. 왕정은 바로 스페인 영토 내의 모든 유대인에게 4개월 안에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당시 왕정의 눈에 유대인은 가톨릭 제국의 순수성을 해치는 불순물이자, 쫓아내도 그만인 외지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로 추방당한 유대인들은 스페인의 금융, 상업, 의학, 행정 등 경제와 지식의 중추를 지탱하던 핵심 인재들이었다. 이들이 전 재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네덜란드, 영국 런던, 오스만 제국 등으로 쫓겨났다. 그 후 스페인의 경제적 혈맥은 순식간에 끊어졌다. 금융·상업 인프라를 상실한 스페인은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재정 파탄을 겪으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반면, 이들을 포용한 네덜란드와 영국은 전 세계 금융과 상업 중심지로 우뚝 섰다.
유사한 사건은 기원전 237년에도 있었다. 전쟁이 끊임없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서 한나라 출신 토목 전문가가 진나라의 국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투입된 스파이임이 밝혀졌다. 진나라 왕과 귀족은 격분했고, 왕은 타국 출신 관료들을 모두 간첩으로 간주하여 외지인을 전원 추방하라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이때 초나라 출신 관료 이사는 추방당하기 직전에 목숨을 걸고 왕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간축객서(諫逐客書)〉다.
이사는 진나라 왕실이 즐기는 화려한 보석, 비단, 음악은 모두 타국에서 건너온 것인데 왜 인재만큼은 타국 출신이라 하여 내치냐고 날카롭게 비평하였다. 또 “태산은 흙 한 줌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높음을 이룰 수 있고, 강하(江河)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음을 이룰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천하를 품으려는 대국이 순혈주의에 갇혀 인재를 내쫓는 행위는 결국 적에게 군사와 식량을 보태주는 격(借寇兵齎盜糧)이라고 경고했다. 젊은 왕은 이 통찰을 받아들여 즉시 축객령을 철회하고, 국경을 넘던 인재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만약 진나라가 그 당시 개방성을 버리고 순혈주의를 택했다면, 진시황의 중국 최초 천하 통일도 없었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장면은 수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금 미국은 나이든 한국 코미디언조차 입국이 어려운 지경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미국은 강경한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500년 전 스페인 알람브라 칙령과 2,200년 전 진나라 축객령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번영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이민자의 노동력과 창의성에 기반을 두었다. 세계 경제와 과학기술의 정점엔 항상 그들이 있었다.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구글,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세계적 IT 기업의 창업주나 핵심 엔지니어 중 상당수가 이민자이거나 이민자 2세들이다. 최첨단 AI 기술과 반도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고급 인력부터 미국의 농업, 물류, 서비스업의 하부를 지탱하는 노동력에 이르기까지 이민자는 미국 경제 거대한 시스템적 기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국은 이민자를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추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시대가 그럴 수밖에 없는 때일 수도 있다. 미국의 시작은 메이플라워호 청교도 이주부터다. 미국의 번영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무한한 이민자 포용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처럼 반이민 정서로 불법 이민자 소탕작전은 인권의 나라와 어울리지 않지만, 보이는 것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등점을 넘으면 변할 수밖에 없다. 세상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나라가 이민자를 배척해야 할 만큼 시대가 변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내버린 인재들은 결국 타국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태산이 되고자 한다면 흙 한 줌도 사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사의 간언은 시대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모든 국가가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진리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