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치과의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걸작이 있다. 바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다. ‘슈렉’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저자가 1982년 발간한 이 작품은 뉴베리상 아너(Honor, 우수상)를 수상하며 아동문학의 고전이 됐다.
실력파 생쥐 치과의사인 드소토 선생님은 아내와 함께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정성껏 치료하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생쥐에게 위험한 포식자는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날 치통을 견디다 못한 여우가 찾아오고, 드소토 부부는 고민 끝에 여우를 치료해 주기로 한다. 그러나 나쁜 충치를 없애는 치료가 끝나자 여우는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 부부는 미리 준비한 ‘치과적 기지’를 발휘해 여우의 입을 단단히 붙여 버림으로써 위기를 모면한다. 도르래와 사다리를 이용해 거대 동물의 입속을 누비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친절을 베풀되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소 필자는 소설을 읽으며 진료실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현실의 각박함에서 벗어난다. 특히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즐겨 읽는데, 2018년 작 ‘살인의 문’을 읽을 때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적 정체성 때문에 가슴 한구석에 스크래치가 생기기도 했다.
주인공 다지마는 평생을 악의 화신이자 친구인 구라모치에게 이용당하는데, 그 악인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했던 소심한 다지마의 증오가 우유부단함에서 살인의 충동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비교적 유복했던 다지마의 집안이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일탈(술집 여자와의 바람)로 서서히 무너져 가고 따라서 그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물론 아버지도 세상을 떠난다) 구라모치와의 악연이 점점 깊어지는 스토리는 치과의사 독자로서 강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히가시노의 또 다른 소설 ‘분신’에서는 “우리 아빠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치과의사일 뿐”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다작의 아이콘인 그가 바라보는 치과의사의 모습이 사명감보다는 속세에 찌든 부정적인 직업인에 머물러 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미국 동화 작가와 일본 미스터리 거장의 시선이 이토록 다른 것처럼, 문학작품 속 치과의사는 전통적으로 ‘성공한 전문직’인 동시에 ‘위선’과 ‘속물성’이 투영된 복합적 캐릭터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문학적 기류는 사뭇 다르다.
연산호 작가의 웹소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의 주인공 치과의사 박무현은 그 변화를 상징한다. 심해 3,000m 기지에 취업한 그는 ‘딥 블루 치과’에 근무하기 시작하고(기압이 3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항공성 치통(aerodontalgia)처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는 환경) 재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생계형 전문직’으로 묘사된다.
작가들의 시선이 과거의 부와 권위를 가진 기득권층에서, 이제는 치열한 경쟁과 개원가의 고충,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생활인’으로서의 치과의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마모된 내면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 독자들에게 공감과 연민의 대상이 된다.
‘살인의 문’에서 느껴졌던 씁쓸함과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서 발견한 숭고함 사이에서, 필자가 느낀 측은지심을 이렇게 다시 표현하고 싶다.
“치과의사 역시 가운을 입었을 뿐, 환자의 구강 건강을 지켜내고자 애쓰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성실한 인간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