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아본 시대는 없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전쟁 아니면 흉년으로 늘 굶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것에 비하면 지금은 굶는 사람은 없으니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기준이 다르기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역대급이고, 환율은 1,500원 심리적 저항선을 넘었다. 영끌한 2·30대가 끌어올린 집값과 과도한 대출에 불안감이 큰데 금리가 올랐다.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100만명 이상 폐업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이란전쟁은 재점화되어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혼란할 때 개인은 휩쓸리기 쉬워서 정신과 마음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 자체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더 커진다.
인간의 뇌는 현실 위험보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다. 경제가 불안하면 노후가 걱정되고, 주식이 떨어지면 재산이 줄어든다. 뉴스를 보면 걱정이 커지고, 걱정을 잊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찾는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찾지만, 오히려 넘치는 정보가 더 많은 불안을 재생산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진다.
이렇게 혼란할수록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다. 환율, 주식, 전쟁, 유가 등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면 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고, 과도한 빚을 줄이고, 일정한 현금을 확보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이다. 하루종일 뉴스를 보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만 적절히 찾는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영역을 줄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불안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학적 원칙이다.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일수록 이 원칙은 중요하다.
시장이 흔들릴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시장 변동성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 시장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떨어지면 우울해진다. 조금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욕심이 생기고, 급락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은 공포에 빠진다. 결국 자산 가격에 감정까지 지배당하게 된다. 이때 시장을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투자는 하되 투기를 하면 안 된다. 금전적이든 심리적이든 스스로 감당할 수 있으면 투자고 감당하지 못하면 투기다.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투기다. 불안은 투자금 크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넘어섰을 때 급격하게 커지기 때문이다. 그때 팔아야 했는데, 혹은 사야했는데와 같이 지나간 일에 대한 반복적인 되새김은 우울을 유발한다.
과거에 머무르면 우울은 점점 커진다. 반대로 불확실한 미래를 반복하여 생각하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고통을 미리 경험하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이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미래의 불행을 미리 당겨서 사는 것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지금, 여기(here & now)’에 뿌리를 둔 루틴의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몸의 감각을 깨우고, 일상에 단조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과거의 우울에서 벗어나고 미래의 불안을 당겨오지 않고 지금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안착시키는 것이 시작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것,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하루의 일을 무사히 마치고 편안하게 잠드는 것. 이런 사소하지만 잔잔한 행복을 주는 것들이 마음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전쟁과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가 아니라면 이런 소소한 일상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으면 세상 모든 것이 멈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하늘은 나는 새처럼 그냥 일상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 자연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마음 한번 먹는 것이 시작이고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