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성치과의사회 합창단을 창단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몇몇 지부에서 합창단이 활성화되어 멋지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용기를 내어 시작한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 앞섰다. 매일 이어지는 고단한 진료와 가정생활, 육아, 끊임없는 임상 공부로 지친 여성치과의사들이 합창단 활동에 선뜻 시간을 더 낼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순전한 기우에 불과했다. 모집과 동시에 20여 명이 모였고,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단원은 5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단원은 모두 여성치과의사들이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한 주의 피로가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 시간에 진료를 마치고 서둘러 연습실로 향한다. 준비된 김밥과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 뒤 악보를 펼치고 화음을 만들어 간다. 진료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는 순간들에 따뜻한 소통과 위로가 오간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서로의 웃음과 격려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충만함이 있다. 우리도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 합창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합창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음악적 행위 가운데 하나다. 풍요를 기원하고 질병을 물리치기 위한 종교적 제의에서 시작되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을 이미 ‘공명(共鳴)’에서 찾았을지도 모른다. 물리학에서 공명은 외부의 진동이 물체 고유의 진동과 만날 때 에너지가 상쇄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증폭되는 현상을 뜻한다. 합창에서 나의 소리를 잘 내는 것만큼 옆 사람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그것에 조응할 때 거대한 공명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크게 부르는 사람은 힘을 빼고, 자신 없는 사람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보탠다. 빠른 사람은 기다려 주고, 느린 사람은 옆 사람과 맞추며 하나의 리듬이 된다. 개개인의 고유한 음색은 서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단단하고 아름다운 공명을 만든다. 합창은 음악을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삶의 방식이며,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이러한 의미를 가장 웅장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는 기악의 정점이라 불리는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 대규모 합창을 도입하며 음악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갈등과 분열을 넘어 모든 인간은 형제라는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특히 이 곡이 연말에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는 이유는 1악장의 혼돈과 갈등이 4악장의 환희와 화합으로 승화되는 서사가 새해를 향한 희망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법적 소송전을 지켜보는 많은 회원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양측 소송 당사자들은 모두 치과계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유능한 선후배들이다. 회원들의 권익과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도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불협화음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 합창과 우리 공동체는 끝까지 자신의 소리만 고집하는 사람으로는 한 소절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때로는 자신을 낮추며 공명할 때 아름답고 감동적인 화음이 완성된다.
대한여성치과의사회 합창단의 첫 번째 생일을 맞아 치유와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 준 단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치과계에도 빠른 시일에 분열을 넘어 화합과 희망의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