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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정신적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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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67)

최근 ‘한국인 정신건강, 세계 최하위권…18개국 중 17위’라는 보도를 접했다. 보험회사 AXA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8개국 성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한국인의 정신건강 지수는 58.5점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전체 평균은 61.8점이었으며, 태국이 66.5점으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 부담과 업무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정신건강 문제를 상당수가 전문가보다 AI에게 상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의 조사 결과만으로 한 나라의 정신건강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실을 보면 정신건강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예측된 필연적 결과다.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사회다. 3세 고시로 시작되어 학교는 배움의 장소가 아닌 성적을 올리는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은 취업을 위한 경쟁이다. 직장에서는 승진과 소득에 비교되고, 결혼 후에는 주거와 재산에 비교된다. 중년은 자녀 교육과 사회적 성공에 치열하고, 노년은 은퇴 자금에 고민한다. 결국 무덤에서 요람까지 평생 지속된다. 특히 한국 사회는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사회적 비교 심리가 강하다. 심리학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 자체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비교가 강하면 잘살아도 행복하기 어렵다.

 

10억원을 가지고 있어도 누군가는 20억원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비교하는 순간 가난해지는 구조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비교 만족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결국 문제는 가진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욕심인 것을 모르는 데 있다. 최근 더 심화된 이유에는 스마트폰과 SNS가 비교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경쟁적으로 자랑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낄 경우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에 불안이 상주한다. 요금 한국 사회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주식은 하루에 10%대를 급등락한다. 부동산 가격은 상식을 넘어서 무섭게 올랐다. 고물가, 자영업자의 몰락, 고용 불안, 은퇴자금 없는 노후 등이 일상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취업이 어렵고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불안은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발생한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실제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도 뇌를 지속적으로 긴장시킨다. 뇌는 현실적 위험과 머릿속 상상 위험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높은 곳에 있는 장면만 보아도 고소공포를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AI와 상담한다는 사실이다. AI는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해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매우 편리한 심리적 창구가 된다. 특히 타인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사람에게 AI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건강을 AI가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는 것은 인간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간적 소통을 가장할 수는 있으나 AI가 윤리와 도덕을 바탕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과가 위험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원하는대로 조언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후진국 시절에는 경쟁해서 이긴 사람만이 잘사는 구조였다. 이제 공평하게 잘 사는 선진국이 되었는데 아직도 후진국적인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은 탓이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집, 더 많은 돈을 가져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더불어 같이 사는 문화가 선진국이고 그래야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더불어 같이 살면 지나친 경쟁과 사회적 비교가 필요 없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선진국이다.

 

경쟁에서 벗어나 만족할 수 있다면 심지어 넉넉해질 수도 있다. 마음의 부자가 진정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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