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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NCD와 구강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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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 논설위원 / guy@snu.ac.kr

“구 교수, 급하게 부탁해서 미안한데 방콕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경희치대 박영국 교수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온 것은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주관하는 NCD 포럼에서 발표하기로 되어있던 연자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돼 대신 가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제는 ‘한국 치과계의 NCD’였다.

 

거절의 기술을 익히지 못했던 탓에 일단 수락했다. 그런데 NCD가 뭐지? 인터넷부터 검색했더니 비전염성 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을 줄여서 그렇게 말한다고 나와 있었다. 필자만 모르고 있었나 싶어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출국시간은 다가오고 강의자료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도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고민 끝에 한국이 초고령화사회에 대응해 구강건강 증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점을 중심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연간 1회 스케일링 건강보험 적용과 2014년 75세 이상 부분무치악 노인을 대상 으로 시작된 평생 2개의 임플란트 급여화 혜택 등을 소개하기로 했다.

 

2015년 8월 초 방콕의 날씨는 무척 무더웠다.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연신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다른 나라 연자들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필자가 준비한 내용은 반은 맞고 반은 엉뚱한 것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채 겨우 발표를 마쳤는데, FDI 옹 회장과 WHO 구강보건담당관인 Ogawa 교수와 함께 무대에 올라 패널토의까지 하란다.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귀국 후에 찬찬히 NCD를 들여다봤다. 2011년 UN 총회는 비전염성 만성질환(NCD)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정치선언을 채택하며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등 주요 비전염성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국제사회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WHO와 UN은 구강질환 역시 이러한 질환들과 흡연, 과도한 음주,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등 공통의 위험요인을 공유하는 질환으로 보고, NCD통합관리 체계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에 세계치과의사연맹(FDI)과 국제치과연구학회(IADR)도 관련 정책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국제사회는 구강건강을 NCD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암과 구강질환은 공통의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공동위험요인 접근법(Shared Risk Factor Approach)’이 글로벌 보건의료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게 됐다.

 

우리는 왜 몰랐을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답은 분명했다. 우선 치과계에 NCD를 널리 알려야 했다. 곧바로 ‘한국도 구강질환 NCD로 접근해야’라는 원고를 치과계 언론에 기고했다. 한편으로는 학회 동료들에게 방콕의 무용담(?)을 전하면서 NCD 포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마곡에서 열린 제81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제10회 대한치주과학회 NCD포럼’이 개최됐다. 10년 전 그렇게 시작된 포럼이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변루나 과장은 NCD를 중심으로 국가 구강보건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FDI 김다솜 상임위원은 NCD 시대의 글로벌 구강건강의 동향과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치주과학회 김남윤 부회장은 치주질환과 NCD의 연결고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발표에 귀를 기울였고, 필자는 남다른 감회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NCD와 구강질환이 제대로 연결되기까지 10여 년의 여정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취약계층이 방문 구강관리와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제는 찾아가는 치과돌봄사업에도 NCD 관점을 적극 접목할 때다. 방문 진료 시 구강관리뿐 아니라 혈압과 혈당을 함께 확인하고, 흡연·운동 부족·과도한 음주 등 건강위험요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구강은 전신건강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통합 접근이야말로 오늘날 세계가 지향하는 NCD 관리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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