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 맑음동두천 17.1℃
  • 흐림강릉 17.6℃
  • 맑음서울 18.6℃
  • 대전 19.5℃
  • 흐림대구 21.2℃
  • 흐림울산 20.6℃
  • 흐림광주 22.5℃
  • 맑음부산 21.8℃
  • 흐림고창 20.4℃
  • 맑음제주 23.9℃
  • 맑음강화 15.7℃
  • 흐림보은 18.9℃
  • 흐림금산 19.3℃
  • 구름많음강진군 22.6℃
  • 흐림경주시 19.4℃
  • 맑음거제 21.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이름이라는 가장 다정한 의술; '호명의 미학'

URL복사

김성헌 편집인

현대 의료 현장은 첨단 장비와 효율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각축장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진료는 정밀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병원 문을 나서는 환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데이터’나 ‘기술’로 치환될 수 없는 ‘인간적 유대’에 대한 갈증일 것이다.

 

필자가 21년 동안 개원의로 살아가며 나름의 최선으로 지켜온 원칙 중 하나는 환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드리는 것이다. 이 소박한 ‘호명의 미학’에 담긴 인문학적 배경과 뇌과학·심리학적 근거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료의 본질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는 흔히 ‘몇 번 체어 환자분’, 혹은 ‘임플란트 상담 환자’라는 익명의 존재로 머물기 쉽다. 그러나 의료진이 환자의 이름을 정성껏 불러주는 순간, 그는 수많은 내원객 중 한 명이 아닌 ‘단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격상된다. 이름은 그 사람의 삶과 정체성이 응축된 고유한 기호로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나는 당신을 질병이 아닌, 온전한 인격체로 마주하고 있습니다”라는 무언의 선언과도 같다.

 

의료 현장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진실한 치유자로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 서울주보의 한 구절은 깊은 통찰을 준다.

 

“실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말이나 설득이 아니라, 이름을 기억해 주고 기다려 주는 마음임을 깨닫는다.”

 

치과 치료는 본질적으로 긴장과 두려움을 수반하기 때문에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치료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할 때, 환자는 오히려 심리적 방어 기제를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진료 때 나누었던 사소한 일상을 기억하며 이름을 불러주고, 환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주는 태도는 그 어떤 유창한 설명보다 깊은 신뢰를 만들어낸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향한 ‘관심’의 증거이며, 기다려 준다는 것은 ‘존중’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명’의 가치는 인문학적 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이를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라고 부르는데 사람은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보, 특히 자신의 이름이 들릴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며 주의집중력과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론의 대가 데일 카네기 역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은 그 어떤 언어보다 달콤하고 중요한 소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설 때 건네는 “◯◯◯님, 이쪽으로 앉으세요”라는 한마디는 환자의 뇌에서 옥시토신(일명 ‘사랑의 호르몬’, 사람들 간의 신뢰와 친밀감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침) 분비를 촉진해 긴장을 완화하고, 치료 협조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임상 효과로 이어진다.

 

치과 진료는 정교한 기술(science)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격적 교감(art)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별도의 외부 광고를 하지 않아도 환자들이 소중한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불러드리는 치과를 꾸준히 찾아 주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치아를 수복하는 공간을 넘어 ‘나의 존재를 온전히 기억해 주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임상의 시계추 속에서도 진료실 안을 환자분들의 소중한 이름으로 채워 보도록 하자. 이름을 정성껏 부르고, 그들의 존재를 기억해 주며, 성실히 치과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AI 생성형 불법 의료광고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치아를 의탁한 소중한 사람들을 어루만져 줄 다정한 의술이자 치유의 시작일 것이다.

 

오늘도 우리 치과의사들이 부르는 그 소중한 이름들이, 진료실 안에서 따뜻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평생 모은 자산, 언제 어떻게 써야 할까?

“이번에는 바쁘니까, 다음에 가자.” 가족과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번쯤 하게 되는 말이다. 서로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고, 항공권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비싸다. 성수기가 지나면 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이번에는 넘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다음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바쁜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이 생기고, 이번에는 아이의 일정이 맞지 않는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간다. 여행 경비는 아꼈고 그동안 돈도 조금 더 모았지만 아이도 한 살 더 자랐다. 돈을 모으려면 당장 쓰고 싶은 마음을 조금 참아야 한다. 그렇게 남겨둔 돈을 꾸준히 투자하다 보면 자산도 조금씩 쌓인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지금 쓰기보다 나중에 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여행도, 취미도, 조금 여유롭게 사는 일도 자산이 더 쌓인 뒤로 미뤄두게 된다. 그런데 올해 가지 않은 여행을 몇 년 뒤 더 좋은 여행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아이가 어릴 때는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짐도 많고,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부모는 쉬고 싶은데 아이는 수영장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따라다니다 보면 집에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조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


법률칼럼

더보기

[법률칼럼] 의료광고 관련 규제 (1)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치과광고를 마주친다. 그중에는 병원이 직접 만든 광고라기보다 ‘업체’가 제작·집행한 듯한 광고도 적지 않다. 과연 이런 광고는 괜찮은 것일까. 우리를 둘러싼 의료광고를 법의 눈으로 하나씩 들여다보고자 한다. 먼저 ‘왜 의료광고를 이토록 엄격하게 규제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의료광고는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 광고와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고, 소비자가 광고 내용의 진위를 스스로 검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법제가 의료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해 온 이유다. 그 역사는 ‘금지에서 허용으로’ 조금씩 문을 열어 온 과정이었다. 1951년 국민의료법 당시 의료광고는 사실상 전면 금지됐고, 이후에도 의료인이 광고를 통해 표방할 수 있는 내용은 병원 명칭, 진료과목, 전화번호 등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렀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2005년 헌재는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에 관한 광고를 금지·처벌하는 규정이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유용한 의료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2003헌